[서평] 잠자는 거인, 깨어난 신 - 테미스 파일 1부, 2부

2018.10.09 09:57ALL THAT REVIEW/책과 음악 Book & Music



<▲ 해외 판본들의 표지 이미지 / 공식홈페이지 : www.thethemisfiles.com >


이번 서평 도서인 "잠자는 거인"과 "깨어난 신"은 테미스 파일 Themis Files 시리즈라고 알려진 일련의 소설 작품 시리즈 1부와 2부의 한국어 번역본으로, 원작은 이미 2016년 1부를 출간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17년도에 2부를, 그리고 올해 5월에는 3부인 Only Human 이 출간된 상태이다. 국내에서는 이번에 [문예출판사]를 통해 한국어판 1부와 2부를 동시에 출간했다.


작가인 실뱅 누벨 Sylvain Neuvel은 이름만 봐서는 프랑스인이 아닐까 싶었지만 의외로 캐나다 출생으로 캐나다 안에서도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퀘벡 출신이다. 커리어의 대부분을 영어권에서 보냈기에 작품 자체는 영어로 출간되었으며 여타 영여권 소설들과 비슷하게 다가온다.


테미스 파일 시리즈가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하며 처음에는 아무도 이 책을 출간해주질 않아서 고생이 많았다는 에피소드가 있다고. 지금은 보시다시피 전 세계적으로 번역되어 출간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영화화도 진행되는 듯 하다.


잠자는 거인과 깨어난 신은 SF라는 장르적 장치를 기반으로 그 속에서 일어나는 군웅들의 여러가지 관계맺음과 함께 다양한 사건들을 교묘하게 인터뷰 속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는 형태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설 속 서사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의 상황 묘사나 다양한 문구와 묘사가 포함되기 마련이지만 본 작품 속에서는 그런 부분이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비록 독자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미 이러한 방식을 맥스 브룩스의 세계대전 Z에서 접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구성 방식은 흡사 실제 인터뷰를 보는듯한 생생한 사실감을 전달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다 정밀하고 세심한 상황 묘사를 하기 어렵다는 한계와 인터뷰와 인터뷰 사이의 상황을 독자들이 유추해야 한다는 단점 아닌 단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적응이 조금 필요한 형태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간극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인터뷰 형식과 더불어 1인칭 시점에서의 일기 형식과 보고서 형식의 1인칭 서술도 함께 채용하고 있다. 그래봤자 위에서 언급한 어색함은 여전하지만 어쨌거나 이 부분은 이 책이 가지는 최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이러한 방식은 의문을 자연스럽게 증폭시키고 극적 긴장감을 잘 유지하기도 하니 작가의 역량이라 할만하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추리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대화가 오가는 속에서 묘사되지 않았던 상황들에 대한 단서를 얻게 되고 대화가 끝났을 때 독자 자신의 추측이 정확했음을 깨닫게 되는 때가 오기 때문이다. 이 역시 이 책의 묘미라고 할 수 있지만 좀 더 친절한 서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불친절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으리라.


다만 대화를 이용한 상황 설명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어쩔수 없이 화자들이 굉장히 부자연스러울정도로 수다스럽게 변하는 것은 소설 구조에 의한 어쩔수 없는 단점으로 보인다. 소위 요즘 말하는 TMI스러운 묘사들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여담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런 스타일을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이는듯 하다. 아마존의 독자 리뷰들을 읽어봐도 이러한 글쓰기 스타일에 대해서 호감을 나타내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물론 일부 독자들은 인터뷰 방식의 글때문에 읽기가 힘들고 집중이 잘안된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다만 본인이 느끼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갑갑해하는 형태가 아닐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슬쩍 내밀어 본다.




- 시놉시스

세계 곳곳에 파묻혀있던 거대 로봇의 조각들이 발견되기 시작하고 이를 연구하기 위해 어린 시절 로봇 조각과 인연이 있었던 로즈 박사와 그의 팀들이 동분서주하기 시작하는데... 로봇 연구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대한 사건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하드 SF보다는 훨씬 더 말랑말랑한 판타지 SF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지극히 SF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점점 깊이 있게 다가오는 사건들이 흥미롭게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나름의 과학적 이론이나 고증에 기반하고는 있지만 그보다는 그럴싸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요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영화 작품으로 비교하자면 인터스텔라보다는 퍼시픽림 스타일이라고 할까. 해당 작품들을 본 이들이라면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눈치챘으리라 본다.


앞서도 조금 언급했지만, 인물의 심리에 기반한 인간관계에 대한 묘사가 대단히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대화라는 게 인물과 인물 간의 의사소통이기에 더 두드러지는 느낌이지만 어쨌거나 꽤 섬세하면서 다종다양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어서 나름 이 작가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덕분에 조금 비약이긴 해도 뭔가 막장스러운 미드를 감상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얼마 전 유행했던 앤디 위어의 마션이 소설임에도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줬던 것과 비견된다.


대화가 크게 부각되는 소설인 만큼 번역할 때 큰 스트레스가 있으리라 쉽사리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책에서 표현된 대화들이 너무 부드럽게, 다시 말해서 여성스러운 문체들로 채워져 있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원문을 읽지 못했기에 쉽사리 내릴 판단은 아니지만 극 중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존대하기 일쑤고 상당수 어투가 부드럽기 그지없다. 함께 지낸 지 10년이 지난 연인도 서로 존댓말이고 심지어 군 특수부대원들의 긴박한 교신에서도 서로 상냥한 뉘앙스로 존댓말을 주고받는데 읽는 내내 불편한 부분이었다. 


역자의 성별과 상관없이 번역이라는 것이 단순한 언어 간의 변환이 아닌 또 하나의 창작으로 치부되는 만큼 원작자의 의도를 최대한 살려서 작품, 상황마다 다른 어투를 구사할 수 있어야 좋은 번역이라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러한 면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뭐 실제 원문도 그런 뉘앙스라면 다행이지만..글쎄.. 과연 그럴까?


그 외에도 곳곳에서 번역상의 문제점들이 눈에 띄는데, 전반적으로 상황에 적합한 의역이 들어가야할 자리에도 고집스럽게 해당 단어나 문장의 의미만을 강조하는 직역이 사용되고 있고 번역의 기준점이 무엇인지 모호한 문장이나 단어들이 종종 보이는 편이다.


글은 비록 약간의 읽기 힘든 요소가 있음에도 흥미롭게 진행된다. 해결하는 요소들이 흥미로운 부분도 있고 꽤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들도 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뜬구름 잡는듯한 느낌이 들때가 있어서 인터뷰 형식만으로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것들을 모두 전하기에 모자람이 있는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상하게 되었다.




국내 판본에서는 원판과는 다른 일러스트를 쓸 때가 많았는데 이번 작품들에서는 원판에서 사용되었던 표지 일러스트들이 그대로 채용되어 있어서 눈길을 끈다. 톱니바퀴들을 모티브로 각종 신화에 등장했을 듯한 기호와 문양을 합쳐 기계와 신화적 신비함이라는 테마를 잘 나타낸듯한데 전자책에도 고스란히 담겨있어 흡족함 마음이 들었다. 종종 파일 용량 문제로 이러한 표지 이미지를 생략할 때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같은 충실함은 독자의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요소이다.


아직 3부를 보지 않은 입장에서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겠지만 이 책은 SF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기보다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미드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통할만 한 책이 아닐까 싶다. 어려운 이론이 난무해서 머리에 쥐 나게 하자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다만 책이라는 미디어의 특성상, 그리고 대화로만 이뤄진 이 작품의 특성과 맞물려 대화가 길어질 때 종종 누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는 것만 피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대화 문단 앞에 서로 다른 기호나 색상으로 구분하고는 있지만, 그것조차도 헷갈릴 때가 있으니 이는 멍청한 필자만의 문제일 거라 자책하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남겨놓고 싶다.


마지막으로 최근 들어 국내 출판 시장에서 무책임한 후속작 출시 연기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본 아이덴티티, 삼체 등등) 부디 이 작품은 그런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을 끝으로 서평을 맺음한다.


ps : 이 책이 과연 3부작으로 끝이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