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de Runner. 이 이름에 두근거리는 그대는 SF 매니아임이 틀림없으리라.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중학교인지 고등학교때인지 확실한 기억은 나지않지만 한참 SF 라는 장르에 빠져있던 나는 우연히 TV에서 방영해준 블래이드러너 를 본 이후로 무척이나 빠져지냈던 기억이 있다. 스타트렉, 스타워즈등에 광적으로 열광하던 나에게 또다른 신세계를 발견한 느낌이랄까. 당시에는 지금처럼 광대한 인터넷등이 없었으니 (고작 PC통신으로 통하는 모뎀세대..) 당시 활동하던 하이텔의 SF 동호회에서 구한 영어자료들을 사전 뒤져가며 번역해서 읽으며 흐뭇해 하곤 했었다. (여담이지만 이 책의 배경이 되는 2019년은 핸드폰을 가지고부터 줄곳 나의 폰번호가 되어있다. 이정도면 나도 블래이드러너 골수팬?) 그런 내가 그 영화의 원작소설을 구하러 다닌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당시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책방골목인 '보수동'에서도 찾아볼수가 없어 좌절했었는데.. 이번에 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그야말로 자다가 일어나서 주문을 했었더랬다. 뭐 그간의 텀이 너무나 길긴하지만..
필릭 K. 딕이라는 이름은 이제 우리들에게 낯설지 않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페이첵, 토탈리콜, 임포스터 등은 이미 헐리웃을 통해 우리들에게 익숙한 SF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아니던가. 특히나 어릴적 우리나라에도 발간된적이 있던 임포스터는 아주 어린 시절 집안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벌벌 떨며 봤던 기억이 있다. 어린 나에게는 너무나 자극적인 내용이었달까.
디스토피아로 요약되는 그의 세계관속에서도 단연 빛나는 본 작품은 너무 유명해서일까? 그동안 국내에서 제대로 된 번역본을 찾아볼수 없었는데 이영도님의 작품때부터 나에게는 항상 관심의 대상 1위인 황금가지에서 이렇게 출간해 준것이다. 사실 이 책을 출간하면서 고뇌에 가득찼을 황금가지의 그들이 눈에 선하다. 아무리 영화의 원작 소설이 유행하는 때라지만 블래이드 러너는 그야말로 매니아들만 알고있는 그런 영화가 아니던가(국내에서...만...이겠지...) 게다가 개봉한지는 10년이 넘어가고 일부 DVD 포럼등지에서는 감독판 출시등으로 인해서 이슈로 떠오르긴 했었지만 그런 것만 믿고 출간하기에는 많은 부담이 있을꺼라 지레짐작해본다. 너무 이기적인듯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출간되어 내 손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기 그지없지만..
리들리 스콧 감독이 수없이 자르고 살을 붙였을 이 소설의 첫페이지를 넘기며 실로 오랜만에 두근거림을 느꼈었다. 기억의 착색이라 해도 할말이 없지만 무릇 사랑에 빠지는거나 좋아하는 취미생활에 빠지는것이나 동일한 정신작용이지 않겠나.
국내에서의 특성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보는 형태이기 때문에 영화와 비교하며 읽게되는건 어쩔수가 없는듯하다. SF 영화의 역사를 말할때 빠지지 않고 논해지는 '블래이드 러너' 라는 이름 아래 본 작품은 스스로가 낳은 아이에게 평가당하는 이 상황이 어찌보면 희극적으로까지 느껴진다.
건조하기까지한 문체로 적어나가는 이 책에서 필립 K딕은 감정이입기때문에 정체성에서 문제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인간들과 인간이 아니기에 고뇌하며(?) 그 어떤 진실을 갈구하는 안드로이드, 이도저도 아니지만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안드로이드와는 다른 배척을 받는 특수자들을 복제동물과 머서 라는 매개체를 이용해서 '인간'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감정이라는 인간만이 가지는 영역에 침범하는 감정이입기는 정신적 융합이라는 마약과도 같은 세계를 선사하지만 더불어 황폐화되어 가는 지구세계의 혼란스러운 면 또한 대표하고 있다. 옥상에 인간의 잣대라 할수있는 애완동물 - 극히 드문 살아있는 - 에 애정을 과시하지만 오히려 끝없는 강박관념이 되어 인간을 옥죄어 가며 정신적 황폐화를 가속하고 있는듯한 상황에서 불법 이주한 안드로이드(영화에서의 레플리컨트)들은 파국을 향한 멈출수 없는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는데..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묘사도 보이지만 근본은 어디까지나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에 입각한 SF라는 점을 상기하고 읽는다면 작가의 앞을 내다보는 안목과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될것이며 내용의 난해함에 한번 더 비슷한 행위를 할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원작 영화팬들이라면 단어 하나하나에서 그 아우라를 느끼며 황홀해 할것이다. (물론 냉정하게 보자면 거의 별개의 작품이라고 보인다.)
읽는 내내 아쉬웠던 점이 있는데 한글 표기법에 관련된 부분이다. 이미 하나의 장르적 대명사로 쓰여지는 영화가 있는 이 책같은 경우 용어 선정에 있어서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했는데 특수자라던지 은퇴 같은 그 뜻에서 여러가지 의미를 유추해볼만한 단언들은 영어를 같이 표기해주는게 낫지 않은가 한다. 예전에 드라마 CSI의 소설책을 본적이 있는데 각 페이지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각주를 보며 내용의 이해에 상당히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나는데 SF 장르의 소설들도 마찬가지로 조금 더 친절한 각주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내용 해설보다는 중의적 단어의 원어 표기와 짧막한 의도 표기 정도 랄까. 한글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런 번역서의 경우 독자들에게 자의적 해석을 가능하게 할 충분한 소스를 제공함이 옮다고 본다.
가벼운 E-light 용지의 책을 종종 보는데 본 작품도 동일 소재로 이용해서인지 두께에 비해 가벼워 여기저기 가지고 다니며 읽는데 많이 편했던 기억을 마지막으로 글을 줄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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