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장 군
결혼은 했지만 직장 관계로 울며보채봐도 소용없던 주말 부부 흉내를 내던 용민이 녀석이 결국 이뻐 죽겠다는 마눌신 서윤이를 데리고 부산을 떠나 구미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친구들인 우리들이 방문해서 즐거움을 함께 하는것은 당연한 일. 그렇게 계획은 시작되었다.
처음 내 머릿속에 맴돌던 '토요일 오전에 출발, 점심식사 시간에 도착' 이라는 계획은 전날부터 어긋나기 시작해서 용도폐기해버리고 결국 한낮에나 겨우 출발준비가 되었다. 단순히 즐거운 식객 노릇을 할려던 나의 계획은 그렇게 희비가 교차하는 복잡한 일상극에 가려지게 되었다.
출발과 도착
우여곡절 끝에 막히는 차들을 뚫고 다시 지루한 고속도로를 통과해서 도착한 구미 시의 첫인상은...심심하겠다 였지만 용민이 녀석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니 제법 번화가의 느낌이 나기 시작한다. 그동안 놀던 녀석을 생각하면 많이 아쉽긴하겠지만 허허벌판의 시골을 상상했던 나로써는 이정도면 살만하겠군 하는 마음이 없잖아 드는게 사실이다.
"내 친구 네비"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를 위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장군의 전화를 들으며 아파트로 들어섰다.
우와~ 기대한것보다 훨씬 푸짐한 밥상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고생했다 얘들아. 덕분에 맛있었다는.
중간에 다들 술을 마신다고 쓸만한 사진이 없는데 이미 파장을 향해 달려가는 술자리에 올라온 과일종합세트 쯤 되겠다. 칼질은 주랑 마스터께서 -_-
고뇌에 빠진 손곰, 뭐가 그리 좋은지 어군, 오늘의 주인공 장 가죽 군. 튼실한 다리가 돋보인다.
좀 취하긴 했지만 분위기 업 시키는데는 이놈만한 사람이 없더라는 -_-; 발은 내 발..당연히 내가 찍었으니..
우리들의 시간은 거꾸로 가지 않는다?
먹고 마시고 수다떨고 고뇌(??)하는 시간을 지내고 새벽까지 두런두런 거리며 쌓인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가더니 어느새 시간이 4시를 넘어가고 있다. 일할때는 천천히, 놀때는 빨리.. 전세계 시계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작동양식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한번쯤 얼굴을 보고싶다.
좋은 음식과 좋은 술을 마셔셔인지 그다지 취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아니 초반에는 조금 취했지만 마실수록 술이 깨는 느낌이 드는건 좀 더 열심히 놀아라고 하는 뜻일까? 심적으로 이놈들과 조금 더 마시고 싶었지만 웃기게도 대작 할 놈들은 이미 자고있더라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짐승 어군의 옆자리에 살포시 몸을 눕혔다. 화생방을 방불케하는 상황을 이겨내며 나는 잠들었다. 잠든 나는 제법 무섭다. :) 여러의미로.
금오산의 불청객들
느즈막하게 깨어나고보니 바닥이 뜨거울 정도로 보일러를 가동한 탓에 땀에 절은 내 몸뚱아리를 발견했다. 씻기 위해 화장실에서 잠입하듯 들어가 모닝 샤워를 했더니 어느새 못다한 잠이 소록소록 밀려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어제 한참 즐기던 PS3 철권의 유혹이 내 손가락을 간지럽히고 있다.
그렇게 뒹굴고 있으니 어느새 밥상위에는 시원한 콩나물 국과 따끈한 밥한그릇이 새벽부터 비어있는 내 위장을 자극하고 있다. 간결하고 서울식 간을 방불케하는 조금 싱거운 국과 밥을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나니 이제야 슬슬 내 정신이 밤새 떠나있던 육체로 환원되는 느낌이다. 살짝 술 생각이 났었다는건 비밀.
역시 JERV 멤버들이 모이면 제 시간에 이뤄지는것이 없다. 항상 늦거나 빠르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아예 안되거나 라는 JERV RULES. 새삼스럽지만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점심 식사 시간전까지 하는 일도 없이 그냥저냥 모두의 제자리를 찾는듯한 뉘앙스 속에서 속절없이 흘러가고 이제는 만성이되어 별다른 거부감조차 없다.
포만감 까지는 아니었지만 속이 차고나니 어느새 수마의 무게가 내 눈꺼풀을 짖누르기 시작한다. 잠시 저항해보지만 집에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아야하는 나로써는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겠다는 생각이 작은 의지마저 사그라들게 한다. 인석에게 운전대를 맡길까 싶었지만 아랫배를 문지르며 꿈틀거리는 녀석을 보니 그럴 마음이 저 금오산밖으로 달아나버렸다. 그냥 자자. 마음 먹는 순간 나는 이미 의식의 끈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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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무슨 소리가 들리며 눈을 떠보니 인석이 나에게 다가와 외출을 종용하고 있다. 잠시 근처에 산책이나 가자는 말에 잠이나 깰겸 그러마하고 지갑도 놔둔채 핸드폰만 달랑 들고 나선다. 그런데 현관앞에 서서 보니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바로 앞에 산책나가는데 다들 복장이 왜이렇지? 잠이 덜깬 난 더이상의 복잡한 사고가 되지 않고 얼떨결에 엘레베이터에 덤으로 끼어타고는 나섰다.
금오산에 가는거라는 말에 야트막한 산을 상상하며 볼게 있을려나 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눈앞에 다가온 산 입구를 바라보니 그냥저냥 볼거리 없는 그런 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듣고보니 금오산이라..어디선가 들어본듯한 산이름이다. 노래가사에도 나온다던가.
주차장에서 한컷. 할말이 없는 컷이다.
산 전체를 벚꽃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혹자의 말대로 진해에 갈 필요를 못느낄 정도.
사진이 우중충한 느낌인데 실제로도 날씨가 그러했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조금 짜증이 나기도..
계속해서 궁금했던 장면. 대체 손곰은 왜 왼쪽 다리를 걷어서 다녔을까? 지금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참고로 자전거 탈때 걷어올리는건 오른쪽 크랭크 쪽이다.
오늘의 주인공 부부. 장 군과 그의 마눌신 서윤. 둘이 잘 논다. 그래서 보기 좋다.
억지로 끌려탄 오리배에서 평민들을 내려다..아니 올려다보는 모습. 뭔가 작게 보이지만 우리 애들이다. 하하.
개인적인 감정때문에 싫어하는 고담대구지만 거기에 있는 팔공산은 참 좋아한다. 더불어 이번에 처음 와본 금오산도 좋아하게 될 산중에 하나가 될듯하다. 날씨가 좋은날 아리양을 끌고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지만 코스로는 그저그렇다는 생각에 200km 거리를 달려가고픈 마음은 솔직히 조금 아니 든다. 근처에 살면서 산책하기에 정말 좋을듯 하다는 마음을 끝으로 산을 내려왔다.
유부남은 조심하세요
다시 장의 아파트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이야기 보따리가 펼쳐졌는데 핵심은 내가 자리를 비운틈에 주차장에 출몰한 멋진 라인의 여성 라이더 6명이었다. 장 군은 마눌신이 뒤에 앉아있는대도 불구하고 몸까지 옆으로 돌려가며 열심히 구경했다는데 결혼하더니 이 녀석 겁이 좀 없어진거 같다. 아니면 이성을 잃었던지. 그마저도 아니라면 어제밤 술이 덜 깼다고 변명하는게 좋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밥은 얻어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불쌍한 녀석. 서윤의 성격이 화통하니 좋은편이니 아마 하루 굶기기 정도로 끝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반성하거라.
그것은 충격과 공포의 점심시간..
산에 올라갈때부터 배가 고팠던 나는 장의 스파게티를 열심히 노래했고 녀석은 주방에서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내가 기억하기에 녀석의 손으로 뭔가 해주는걸 먹어 본것은 커피외에는 없는거 같은데 그래서 더욱 기대하게 된다. 무엇인든 처음은 다 설레이는 법. 주방에서 뭔가 도와줄려는 여성분들의 관심어린 눈길을 애써 돌려보내며 고전분투하는 장용민 군을 보니 과연 봉골레 스파게티는 어떤놈일까 싶어진다.
한쪽에는 봉골레의 재료인 모시조개가, 다른 한쪽에는 격식을 갖춘다는 의미의 마늘빵이 자리하고 있다. 맛있다.
쇼파에 몸을 내팽겨쳐놓고 어제 오늘 식객 노릇을 하기로 단단히 마음 먹은 나로써는 거들어 줄 마음이 들지 않는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라 했다. 굳이 내가 나서서 주방을 어지럽힐 필요는 없을 테니 안심하고 딴짓을 열심히 한다. 나보다 우월한 여성 요리인들이 2명이나 있으니 말이다.
참사의 시작
슬슬 시간이 흘러가는데 음식이 준비될 기미가 없다. 의아함과 배고픔을 양손에 거머쥐고 난 주방을 염탐하기 시작했다. 냄새가 그럴듯하다. 재료도 그럴듯 하다. 그런데 어째 완성되어가는 스파게티의 양이 의심스럽다. 어? 이녀석 나몰래 나머지 5인분의 스파게티 면을 어디다가 담아놨나? 그런 생각을 하며 짧은 염탐을 마치고 어제부터 내 몸을 의탁하고 있던 쇼파의 카우치로 향했다.
다시 기다림, 배고픔, 분노의 연쇄반응이 일어날때 즈음해서 인석과 영준의 환희와 실망이 뒤섞인 제법 복잡한 외침이 들려온다. 이녀석들도 어느새 주방을 염탐하는것을 보니 배고픔은 나만 가진게 아니었나 보다.
위기의 절정
슬쩍 다가가보니 역시 그릇이 하나뿐이다. 게다가 양이 애매하다. 인석이 먹으면 부족하고 영준이 먹어도 부족해보이고 나 혼자 먹으면 그럭저럭 배에 기별을 할 정도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장의 얼굴을 바라보니 당황함이 역력하다. 이 녀석..초보 요리인의 대표적인 스킬 "1인분은 잘하지만 3인분부터는 양조절을 못하겠어요"를 시전한거냐..그래도 그렇지 짐승을 몇마리나 자신의 울타리 안에 풀어놓구선 이런 1인 분량의 음식을 내놓다니.. 혹시 이건 우리를 이간질 시킬려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치솟는 분노를 잠시 가라앉히며 일단 '6인을 위한 봉골레 스파게티' 라고 주장하는 녀석을 밥상위에 얹었다.
나 한 젓가락, 인석 한 젓가락, 영준 한 젓가락. 바닥이 우리를 반긴다. 노릇한 마늘 기름만이 남아버린 참담한 현장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눈빛에 약간의 분노를 섞어 장을 다시 바라보니 녀석은 이미 전의를 상실하고 남은 모든 재료를 꺼내 스파게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우리가 이간질될꺼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장 용민군. 친구는 위大하니까.
갈등의 해소
JERV 인들에게 금기사항이 뭐냐하면 모자란 양의 음식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가져나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어김없이 우린 평소보다 우월한 위장을 자랑하며 지갑을 탈탈 털어버리게 되는데 지금의 작태가 바로 그 상황인 것이다. 이대로는 아마 무서운 일이 벌어질거같은 예감에 손가락을 떨며 새로 나온 스파게티를 기다려본다. 하지만 여성들의 감이란 무시할것이 못되나 보다. 아마 이제부터 일어날 참사를 예측이나 한듯 스스로 나서서 무엇인가 이름 모를 볶음밥 종류를 뚝딱 만들어 온다. 슬쩍 JERV 놈들을 살펴보니 그제서야 인간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무서운 놈들..이래서 네놈들과 함께하는 밥시간은 흡사 사자 우리에 생닭을 들고 들어가는듯한 긴장감이 흐른단 말이다.
여기가 무슨 뷔페도 아닌데 줄줄이 이어서 색다른 밥들이 나온다. 덕분에 한 식탁에서 여러가지 음식들을 다양하게 먹어볼수 있었고 물론 배가 만족스럽게 불러옴은 당연함 이었다. 마지막 마무리로 인석군의 특제 달걀 밥을 끝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참사현장을 빠져나올수 있었다.
고생 많았다 얘들아.
집으로 가는 길
이제는 집에 가야 할 시간이다. 아니 늦었지만 가야한다. 마음같아서는 하루쯤 더 모두와 함께 왁자지껄하게 놀고싶지만 그럴수 없다는건 이제 다들 일해야할 때이니까. 여명808의 힘을 빌어 제정신인척 하는 인석을 옆자리에 태우고 그렇게 나는 집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로 차를 올렸다.
휴게소를 너무 자주 들린다는 잔소리 속에서 가까스로 집에 도착한 난 도대체 이번 집들이를 어떻게 포스팅해야 하나 고민이 먼저 들었다. 할말은 너무 많고 찍은 사진은 너무 모자라고. 그나마도 쓸만한게 너무 없다. 사실 가장 쓸만한 '장과 어의 카포에라 퍼포먼스' 동영상이 있지만 이건 공개하기가 애매하다. 아니 공개하긴 하겠지만 유튜브같은 공개매체를 통하기는 싫다랄까..고민중이지만 뾰족한 방법을 모르겠다. GIF로 만들까? 얼른 결론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어쨌든 그건 이 포스트를 공개 한 후에나 할 일이다.
지금은 이제 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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