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ERIA 엑스페리아?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소니에서 오랜만에 엑스페리아 Xperia 브랜드를 달고 발매하는 제품으로, 이어 듀오 Ear Duo 라는 네이밍을 가진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역시나 소니답게 타사 제품들과는 다른 색다른 디자인이 눈에 띄는 제품인데 이번 리뷰에서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개념 정리가 조금 필요할듯 하다. 엑스페리아는 소니의 모바일 브랜드를 뜻하는데 거의 대부분 스마트폰과 관련된 라인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할 이어 듀오 제품이 왜 기존의 mdr이나 w 시리즈 같은 워크맨 네이밍을 쓰지 않고 굳이 엑스페리아 네이밍을 달고 발매되는지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답은 간단하다. 이 제품은 야외나 실내에서 주변 소음을 배제하고 온전히 음악감상을 목적으로 하는 음감용 기기들과는 추구하는 노선이 전혀 다른 제품이기 때문이다. 상세한 제품 컨셉은 본문에서 소개하도록 하겠지만 이 제품은 그러한 협소한 한가지 기능만을 추구하는 제품이 아니다.
이미 소니는 일전에 엑스페리아 이어 Xperia Ear (모델명 XEA10) 라는 제품을 발매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그런 제품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듯한데 (해외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네이밍이나 기기 모델명만 봐도 알겠지만 해당 제품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겠다. 이어 제품은 한쪽 귀에만 착용하는 리시버로 스마트폰과 연동해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애매한 제품이었는데 꽤나 실험적인 모델이었다고 기억된다.
<XEA10 Xperia Ear 엑스페리아 이어 / 이미지 출처 : 제품 공식 홈페이지>
2개니까 듀오? 함께니까 듀오!
전작이 유닛 한개를 사용해서 Ear 라는 명칭이었다면 이번 제품은 양쪽 스테레오로 작동하기에 듀오가 아닌가 생각할수 있겠지만 그외에도 듀오에는 외부 소리의 배제가 아닌 공존이라는 의미와도 부합하는 네이밍이 아닐까 생각된다.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이 제품은 필자가 사용해본 그 어떤 블루투스 이어폰들과 비교가 힘들정도로 생활속에서 완벽하게 이용 가능한 제품이기에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납득이 가는 기기 명칭이다. 이제부터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제품 패키지는 간소한 편이다.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제품들의 패키지가 대체로 그렇긴하지만 가로 세로 15cm 미만의 작은 패키지는 35만원(공식홈페이지 표기 가격)이라는 가격대를 생각해보면 어쩐지 초라하게 생각되기까지 한다. 물론 그만큼 본품이 작은 사이즈라는 뜻이기도하고 최근 추세가 쓸데없이 거창한 포장을 지양하는게 트렌드이니 괜한 트집은 여기까지.
구성품은 각종 설명서 및 보증 스티커, 3가지 사이즈의 이어팁(S사이즈는 이어폰에 장착되어 있다.)과 충전용 케이블, 그리고 헤드셋이 들어있는 충전케이스.
추가 구성품인 이어팁을 처음 발견했을때 실망감이 들었다. 컴플라이 폼팁같은 귀의 피로도를 줄여주는 소재가 아닌 일반적인 실리콘 재질인지라 착용감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귀가 작아서 컴플라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거의 대부분의 이어폰에서 통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꽤나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본인의 큰 오판이었다. 이어 듀오에는 컴플라이가 전혀 필요 없다. 실사용기편에서 자세하게 언급하겠지만 역대급 착용감을 자랑하는 기기였기에 착용중에는 컴플라이 폼팁같은건 전혀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케이스의 겉면은 그 흔한 SF코팅조차 되어 있지 않다. 은은한 반광이 엿보이는 플라스틱 재질이다. 가벼움을 위한 희생이라면 희생인데 실용성이냐 디자인이냐를 논할때면 소니가 항상 디자인쪽에 힘을 줬던것을 생각해보면 조금 의아한 요소. 아니 처음부터 실용성이라는 방향성이 확실하다랄까.
별거 아닌 얘기지만, 굳이 KC 마크 스티커를 이렇게 케이스 상단에 붙여야 했을까? 구매자가 제일 첫 인상을 얻는 부위에 이런 스티커를 떡하니 붙여놓다니 쓴소리를 하지 않을수가 없다. 명색이 디자인의 소니 아닌가. 물론 떼내버리면 그만이지만 본인처럼 별거 아닌거에 집착하는 인간들도 있기 마련이다. 문득 드는 생각인데 이 제품의 디자인 부서는 평소와 다른 곳이 아닐까? 그런데 본체 유닛을 보면 또 그건 아닌거 같기도 하고.
바닥쪽에는 논슬립 패드로 보이는 부품이 달려있는데 생긴것과는 다르게 딱히 미끌림 방지가 되지는 않는듯 하다. 스크레치 방지 패드인가보다.
충전 케이스를 집어드니 제일 먼저 가볍다는 생각이 든다. 살짝 큰 부피감이 거슬리지만 크기에 비해 가벼워 실제 휴대하고 다니기에는 나쁘지 않다. 여기서 휴대라는건 내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기보다는 가방에 넣어 다님을 뜻한다. 그래서 여름철보다는 겨울철이 더 편리할것이다. 본인처럼 계절에 상관없이 메신저백이나 백팩을 가지고 다니는 이들이라면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손에 스마트폰 외에는 들고 다니기 귀찮은 이들에게는 조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주머니에 충분히 넣을만은한데 그리 폼나지는 않으니까. 필자가 유일하게 에어팟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요소다. 휴대하기 딱 좋은 형태의 케이스. 왜 다른 회사들은 자꾸 주머니에 넣기 힘든 형태로 디자인하는건지 알수가 없다. 특허때문일려나..
케이스 뒷면에는 요즘 추세를 따르는 USB C타입 충전 단자와 LED 램프가 보인다. 상단 2개의 LED는 이어폰 유닛의 충전 상태를, 측면의 큰 LED는 케이스의 충전 상태를 표시 해준다.
케이스를 열어본다. 경쾌하게 열리는 조개껍데기 커버 아래로 '이어 듀오' 한쌍이 고이 배치되어 있다. 뚜껑을 열고나서야 외부에서 보이던 상단 LED 램프가 케이스에 달린게 아니라 이어 듀어 본체의 LED를 단순히 투과시킨것임을 깨달았다. 이런 소소한 트릭, 아주 칭찬한다. 기능상 전혀 문제없으면서 쓸데없는 LED를 하나라도 덜어낼수 있으니 어쨌거나 이득인셈이다.
통화 가능 시간 2.5hr, 대기시간 22hr, 음감시 4hr, 충전케이스로 최대 3회 충전 가능이라 합쳐서 16시간 사용 가능하다고 표기되어 있고 실제로도 비슷한 러닝 타임을 보여줬다. 초창기 완전 무선 제품들이 2~3시간의 짧은 러닝 타임을 보여주다가 블루투스 버전이 올라가면서 현재 5시간 이상 가는 제품들도 있음을 감안하면 조금 아쉬운 러닝 타임이다.
통화시간이 2.5시간으로 짧은것은 아무래도 외부 소음을 줄여주는 다양한 기능이 작동해서인듯한데 사용기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꽤나 그럴싸한 성능이었다. 음감시 4시간은 실제로는 약 3시간 3~40분정도인지라 조금 모자라게 느껴지는데 아무리 라이딩중이라도 한번에 2시간씩 연속해서 음악을 듣는 경우는 드물기에 충전 케이스와 혼용하면 그렇게 크게 러닝 타임에 구애받지는 않으리라 본다. 참고로 빠른 충전 기능을 채용하고 있어서 7분 충전으로 1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잠깐 쉴때 충전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다만 충전 케이스는 자체 배터리 용량이 커서인지 여타 제품들보다 충전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닛을 들어올려보니 적당한 자력이 느껴진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S모사의 그것처럼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가 아닌 정말 적당한 강도로 마그네틱 처리되어 있다. 케이스에서 분리할때의 감각이 확실하고 고정력도 확실하면서 손쉽게 사용가능한 정도. 그래, 이런 디테일을 잡아내는게 이제서야 좀 소니답다.
이어 듀오 유닛을 손에 올려보니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여타 완전 무선 Truly Wireless 이어폰에 비해 확연히 큰 크기임에도 이렇게 가볍운것은 역시나 재질탓이 아닐까 싶다. 터치 패드 부분은 소니 워크맨 시절에 자주 보이던 투명한 재질로 이중 레이어 마감이 되어 있다. 아쉽게도 강화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 재질로 보이는데 스크래치가 잘 생기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디자인 코드만 놓고보면 구형 워크맨들이 떠오른다.
측면에는 유닛마다 2개의 빔 포밍 마이크와 접촉감지 센서로 보이는 부분이 배치되어 있다.
유닛 뒷면에는 충전 단자와 마그네틱이 배치되어 있다. 방수 등급은 아쉽게도 IPX2. 그냥 흘리는 땀방울 정도만 막아준다고 생각하는게 속편하다.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 아무래도 구조상 방수 등급을 올리는 형태는 힘들지 않았을까 예상된다.
케이스 재질과 비슷해보이는 플라스틱 계열인데 각 부위별로 광택과 색상을 미묘하게 다르게 해서 포인트를 주고 있다. 기기의 마감이 굉장히 좋은데 플라스틱 사출 후 고주파 압착으로 보이며 덕분에 사출라인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부드럽게 처리되어 있다. 여기서 예상되는 사항 한 가지. A/S는 교환 형태로만 이뤄지지 않을까? 유닛은 하우징 손상없이는 도저히 분해 재조립이 불가능해 보인다. 하긴 안그런 이어폰이 있나.
▲ 현재 본인이 사용중인 S모사의 제품과의 크기 비교 01. 둘 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는 불편한 형상이다.
▲ 내부에 거치되는 형태는 이어 듀오의 압승. 탈착감 확실하고 고정력 좋고.
덮개가 열리는 감촉도 반발력있는 스프링이 사용되어서 더 낫고 편리하다.
▲ 유닛 크기 차이가 상당하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착용감 역시 이어 듀오가 훨씬 낫다. 커널 형태가 차음력은 좋지만 구조상 어쩔수없이 귓속을 압박하는 반면, 오픈 형태와 듀얼 리스닝 구조를 가진 이어 듀오는 착용했는지 안했는지도 잘 모를만큼 편안한을 제공한다. 무슨 광고 문구같지만 과장없는 사실이다. 본인이 착용해본 모든 이어폰중에서 가장 편안한 형태 중 하나였다.
착용방식이 꽤나 특이하다. 이어폰 본체 유닛을 귓볼쪽을 통해서 아래에서 위로 올려 착용하게 된다. 눈으로 보기에는 뭔가 굉장히 어색하고 제대로 착용이 안될거 같지만 일단 착용해보면 그 편안함에 놀라게 된다. 편안하면서도 의외로 고정력이 확실해서 이어폰을 귀에 착용하고 있는것인지 계속 확인할 정도였다. 하지만 귓볼을 이용한 이 착용 방식은 꽤나 연습과 적응이 필요할듯 하다. 2주째 사용중이지만 아직도 왼쪽은 착용할때마다 불편함을 겪는다. 웃기게도 오른쪽은 그냥 한번에 스윽 착용되는데 말이다. 본인의 왼손이 문제인가 보다.
▲ 페어링에 사용되는 전용앱. 사용방법 설명에서부터 기기의 모든 설정이 가능하다. UI가 간편해서 불편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옵션이 너무 단출한게 아쉽다. 특히 터치 패드의 기능이 좌우로 나눠져 있는데 서로 스왑되지 않는게 너무 아쉽다. 주로 사용하는 미디어 컨트롤은 왼쪽에서만 가능한데 사람마다 오른쪽이 편한 사람도 많을테니 말이다. 본인이 그렇다 -_-
일단 스마트폰과 1회 페어링을 거친 다음부터는 케이스에서 본체를 꺼내는 것만으로 자동 페어링되고 다시 케이스에 집어넣으면 접속이 끊어진다. 이제는 없으면 정말 불편한 기능이다. 아쉽게도 귀에 착용하면 플레이된다거나, 귀에서 빼면 자동으로 멈추는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자동 시작은 몰라도 귀에서 빼면 자동으로 멈추는 기능정도는 제공할법한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제외되어 있다. 덕분에 한쪽만 착용하고서도 얼마든지 사용이 가능하다는건 장점이랄수 있겠다. 아 그래서 이 기능을 뺀건가? 뒤늦게 마빡을 두드려본다.
애니타임 톡?! 무전기 기능?
동일 기기가 없어서 테스트 해보진 못했지만 이런 기능이 있다는게 신기해서 언급해본다. 베타 기능이라 아직 제대로 홍보하지 않는듯한데 어떻게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기능일지 궁금하다. 원리는 간단하다. 스마트폰과 페어링된 상태에서 LTE를 통해 동일 기기끼리 무전기 형태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 이어 듀오 뿐만 아니라 전작인 이어 제품도 사용 가능하다고. 산행이나 그룹 라이딩때 활용할수 있다면 큰 장점이 되지 않을까 예상되는데 (실제로 자전거용 그룹 라이딩 무전기는 여러 쇼핑몰에서 판매중일만큼 좋은 기능이다.) 테스트 해볼수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No 딜레이, Yes 딜레이.
유닛과 유닛은 블루투스가 아닌 근거리자기유도 NFMI 방식을 채용해서 이론상 블투 연결보다 딜레이와 끊김현상이 없다고 알려져 있고 실제 사용중에도 그러한 부분에서는 전혀 불만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유닛 사이에 딜레이가 없다고 스마트폰과 유닛과의 딜레이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정말 아쉬운 부분인데 코덱 탓인지 몰라도 유튜브 영상 시청시 싱크가 잘 맞지 않을때가 많았다. 사용된 스마트폰은 갤럭시 S8이며 기존에 사용하던 S 모델은 싱크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혹시 몰라서 별도의 영상을 MXPlayer로 돌려봤는데 유튜브보다는 양호했지만 정말정말 미묘한 싱크 어긋남이 발생했다. 이 기기를 음악 외에 영상 미디어 감상용으로 사용하는것은 일단 말려야할듯 하다.
듀얼 리스닝! 이번에는 진짜다!
▲ 이어 듀오가 가지는 최대의 가치는 바로 이 듀얼 리스닝 기능이다. 디지털 처리가 아닌 구조적 형태를 통해 가장 자연스럽게 외부 소리를 유입시켜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소리는 또렷하다.
해당 기술은 소니의 Future experience program 이라는 일종의 실험적 제품들을 만들어내는 랩을 통해 개발되었다고하는데 처음에는 소니의 유명한 WENA와 같은 First Flight 같은 개념인가했지만 그러한 펀딩과 사내 벤처팀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 정식 개발 부서가 따로 있고 N이라고 불리우는 유료 프로그램 참여 유저와의 소통을 통한 각종 신기술 프로토타입을 연구한 곳인듯 하다. 돈을 내고 프로그램에 가입한 유저들에게 프로토타입을 일정 기간 제공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기술을 발전시켜나가는 개념인듯한데 역시 소니답다랄까. 이러한 점들이 애증의 소니 팬보이로 남게 하는 것이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듀얼 리스닝 기능은 무척이나 훌륭하다. 타사의 디지털로 재현되는 외부소리 유입은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곧이어 여러가지 단점들, 즉 소리의 방향감 부재, 높낮이가 제멋대로이거나 딜레이가 발생하고 음질이 떨어지는(최대한 빠르게 유입하기 위해 대부분 별도의 필터를 거치지 않는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딜레이가 발생한다.) 여러 단점들이 있지만 듀얼 리스닝은 맨 귀로 듣는 소리와 동일하기에 전혀 그러한 단점이 없다. 필자가 지금까지 찾아왔던 딱 그 기능이다. 외부 소리가 제대로, 자연스럽게 들리면서도 음악을 들을수 있는 기능. 그것을 이런 방식으로 구현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몇주동안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해봤는데 모든 상황에서 좋은것은 아니었지만 필자가 가장 필요로 했던 라이딩중에도 쓸수 있는 이어폰이라는 명제에는 거의 100%에 가깝게 만족스러웠다. 자전거 라이딩을 하면서도 내 자전거가 발생시키는 체인 소리, 변속기 작동 소음, 타이어가 노면을 누비는 소리같은 모든 사운드가 자연스럽게 들렸고 이와 함께 음악 감상도 충분히 가능했다. 골전도 이어폰도 사용해봤지만 뭐랄까..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귀로 직접 듣는것과는 말이다.
좀 더 상세한 장단점은 조금 더 사용해본뒤 올린 실제 라이딩 사용기에서 언급하도록 하겠다.
끝내주는 자동 볼륨 조절
이 제품은 개발단계에서 어떻게하면 더 편리할까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중 하나가 자동 볼륨 조절. 외부 소리 유입이 제대로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외부 소음이 크면 음악 소리나 대화가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볼륨을 기기로 조절한다? 불편함이 벌써부터 온몸을 엄습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이어 듀오는 자동 볼륨 조절 기능을 도입했고 말뿐인 기능이 아니라 제법 세밀하게 작동하도록 완성시켜놨다. 도로 옆 인도를 걸어다녀보면 확실하게 느낄수 있다. 늦은 밤 시간 차량들이 뜸해 한적한 곳에서는 자동으로 볼륨이 줄어들고 차들이 몇대 지나가면 어느새 볼륨이 커져있다. 반응속도가 꽤나 빠른 편인데 볼륨 올림보다 볼륨 내림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 어쨌거나 이거 정말 편하다.
호불호의 터치패드, 그리고 재미있는 헤드 제스쳐
완전 무선 이어폰 중에는 터치 패드를 장비한 제품들이 드물지 않게 보인다. 기기 자체가 작다보니 별도의 버튼을 도입하기 힘들고 터치패드 자체가 워낙 편리하다. 한번 두드리면 재생/멈춤, 두번 두드리면 다음곡, 세번이면 전곡, 아래위 스와이프는 볼륨 조절. 뭐 대부분의 기기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형태이며 소니의 이어 듀오 역시 같은 형태로 터치 패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귀 뒤에 있어서 손을 거기까지 뻗는게 조금 어색하긴해도 이내 적응된다.
터치패드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우선 터치 반응속도가 느리다. 아마도 일반적인 스마트폰의 정전식이 아닌 감압식인듯한데(확실한것은 아니다. 관련 자료를 찾지 못했다.) 덕분에 초창기 스마트폰 시절에 느꼈던 갑갑함이 생각날때도 있다. 볼륨 조절은 특히나 잘안되는 편이다. 그나마 한번 터치해서 음악을 재생하거나 멈추는 기능만큼은 대충 눌러도 잘작동하는 편이라 스트레스가 덜하다.
하지만 장점이 워낙 뛰어나서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장갑을 끼고도 조작이 된다는 것이다. 제품 컨셉 자체가 양손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장갑따위를 끼고 있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헤드 제스쳐라고하는 꽤나 신기한 기능을 넣어놨다. 이어폰에 자이로스코프와 가속도계 센서를 삽입한건 다 이유가 있는거였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머리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리는 것만으로 곡 넘김이 가능하며 전화가 왔을때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수신이 가능해진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다.
단점도 있는데 이게 제법 고개를 쎄게 돌려야 인식한다. 그냥 스윽 옆을 보는 것만으로는 작동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할당 할 수 있는 기능이 굉장히 제한된다. 미디어 재생을 멈출수도 없고 단지 앞 뒤로 곡 넘김 정도만 가능하며 전화를 받거나 끊는 선택적인 상황에서만 사용 할 수 있다.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양손을 쓸수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편리한지는 직접 사용해보면 바로 느낄수 있다.
오픈형에서 구현되는 괜찮은 음질, 하지만 한계는 확실
개인적으로는 오픈형 제품들을 조금 꺼리는 편이다. 타격감이 확실한것을 좋아하기 때문인데 이 제품 역시 타격감이라 많이 약하지만 오픈형답게 공간감이 풍부하게 느껴지며 외부 소리가 유입되는 상황에서도 상당히 또렷하게 잘 들리는 소리가 특징이다. 커널형으로 음악을 들을때에 비해서 많이 싱거운 느낌이 들지만 귀에 가해지는 피로도가 훨씬 낮고 외부 소리와 어우러지는 음악소리나 대화는 정말이지 끝내주는 경험이다.
다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SBC와 AAC 코덱만 탑재했기에 자사의 LDAC이나 Apt-X 같은 기기들에 비해 약점인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제멋대로 음질을 들려주는 저가 오픈형 이어폰들과 비교하면 섭섭하다. 어디까지나 상급 커널형 제품과의 비교에서 밀린다는 것이지 목적과 성향을 고려하면 충분히 괜찮은 소리를 들려준다는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통화 음질은 아쉬움과 괜찮음 사이.
마침 장대비가 오는 날이 있어서 좋은 테스트를 할 수 있었다. 많은 비가 내려 외부소음이 굉장한 상태에서도 상대방과 통화가 가능했다. 물론 통화중인 내 귀에는 외부의 빗소리가 엄청나게 들려와서 상대방 소리가 묻히는 감이 있었지만 의외로 상대방은 빗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듀오에는 바람소리나 외부 소음을 제거하고 들려주는 기능이 있다고하는데 제법 괜찮은듯 했다. 자전거 라이딩을 하면 필연적으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게 제법 큰 편임에도 통화가 충분히 가능했다. 이에 대해서는 실 사용기에서 다시 한번 상세하게 언급하도록 하겠다. 다만 통화하는 기기에 따라서 상대방이 내 목소리 품질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 때문에 마냥 좋다고는 할 수 없을듯 하다. 통화 전용으로 나오는 블루투스 기기들에 비해서는 한 수 쳐지는 성능이라 봐야하겠지만 범용 블루투스 기기로서는 좋은 편이다 라고 정의하면 될듯 하다.
어시스트 기능? 현재로서는 없는 셈 쳐야
광고 문구에 어시스트 기능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터치만 하면 현재 상황이나 위치에 맞춰서 음성 비서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영어, 일어 같은 외국어만 제공하고 있기에 활용도도 많이 떨어진다. 이미 다양한 음성 비서를 사용해봤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 설명하기로는 문자를 받으면 읽어주고 음성으로 답장도 할 수 있다는데 한글 언어 지원이 안되고 있으니..
+ 편안한 착용감
+ 오픈형답게 훌륭한 공간감을 재현
+ 전자적으로 재현한것이 아닌 실제 주변음이 자연스러운 유입된다.
+ 제스쳐 인식은 손을 쓸수 없는 상황에서 획기적인 방식
+ 장갑을 끼고도 다룰수 있는 터치패드
+ 훌륭한 통화 음질
+ 세밀하고 정교하게 작동하는 볼륨 자동 조절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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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치패드의 반응이 애매하다. 안될때도 많고 잘못 인식할때도 많다.
- 착용 방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
- 너무 낮은 방수 등급.
- 지원 코덱의 부재. 소니의 신제품임에도 LDAC을 지원하지 않는다.
- 코덱 미지원과 구조적 한계에 맞물려 음악 감상용 이어폰들에 비해 떨어지는 음감 품질.
- 또한 이러한 구조적 한계로 인해 볼륨이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진다. 최대 볼륨에서도 아쉬움이 느껴질때가..
- 터치 패드의 좌우 역할이 다른데 스왑이 안된다. 왼쪽은 무조건 미디어 컨트롤, 오른쪽은 앱 컨트롤. 다만 볼륨 조절은 공통.
- 딜레이가 있어서 영상과의 싱크가 잘 맞지 않는다. 음악 감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 소음이 많은 곳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소음이 그대로 귀에 꽂히기 때문. 노이즈 캔슬링과는 정반대 개념인셈.
오랜만에 지극히 SONY스러운 실험 정신 가득한 제품이 등장했다. 물론 전작인 Ear 제품도 있었지만 그것과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다양한 기능들이 들어가 있는 것이 지금 소개한 엑스페리아 이어 듀오다. 기본적으로 음악 감상을 위한 HiFi 계열의 제품은 아니다. 외부 소음을 없애고 최대한 음악에만 집중하게 해주는 것과는 정 반대의 개념을 가진 제품으로, 자전거 라이딩이나 산행같은 활동적인 상황에서 외부 요인을 파악할수 있도록 외부 소리를 생생하게 유입시켜주면서도 이어폰의 사운드를 함께 들을수 있는 제품으로 디자인되었고 꽤나 성공적이라는게 개인적인 평가다.
그러니 이 기기를 여타 블루투스 이어폰들처럼 음악 감상만을 위해 구매하려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권하는 바이다. 이 제품은 위에서도 계속해서 강조해왔지만 야외 활동이 많으면서 외부 소리를 듣지 않으면 위험하거나 일이 어려워지는 이들이 사용하기에 제격인 제품이기 때문이다.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여기에는 음악을 들으면서도 안전하게 인도위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처럼 가장 심플한 부분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제품이다. 또한 야외가 아니라 실내에서도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도 음악과 소통을 함께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자전거나 사진 촬영처럼 양손을 쓸수 없는 환경에서는 더욱 돋보인다. 따지고보면 사람이 행동하는데 있어서 소리를 듣지 않고 안전하게 제대로 할수 있는 일은 드물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제품이 가지는 잠재력은 굉장한 것이다.
컨셉도 재미있고 사용방법도 재미있다. 단점도 뚜렷하지만 그러한 요소들을 충분히 잊게 해줄 장점들이 즐비하다. 어쨌거나 즐길수 있는 제품이다. 지극히 소니다운 제품이고 엑스페리아 브랜드를 달만한 제품이다.
다음 글에서는 실제 라이딩과 실내 작업에서 어떻게 사용했고 장단점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다뤄볼까 한다. 본문의 내용들과 중복될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실제 사용감에 집중해서 썰을 풀어볼까 하니 제대로된 맺음말은 조금 보류하기로 하고 이번 글은 여기서 마무리 하도록 한다.
- fin.
“본 포스팅은 소니코리아로부터 제품 체험 기회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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