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에 입문하고부터는 판형이 큰 잡지 이외에는 가능한 한 실물 책보다는 전자책으로 구매해왔는데, 일단 편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책 넘기는 질감이 좋기는 하지만 이제는 7열 책장에 자리도 없고, 불 꺼진 침대에서도 별도의 독서등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정말이지…. 그러던차에 오랜만…. 까지는 아니고 몇달만에 종이책으로 된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바로 황금가지에서 제공한 서평단 참가 기회 덕분이었는데 따끈따끈한 신간 - 레드 라이징 Red Rising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본 작품은 신예 피어스 브라운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이제는 유행이 아니라 일종의 장르적 장치쯤으로 여겨질 만큼 널리 적용되고 있는 3부작으로 기획된 책이다. 각각 레드 라이징 Red Rising, 골든 선 Golden Son, 모닝 스타 Morning Star의 표제를 가지며 현지에서는 첫 작품이 2014년, 두 번째 골든 선이 올해 초에 발매되었으며 내년 초에는 대미를 장식할 모닝 스타가 발매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이제 SF 판타지 장르의 큰 손이라 할 수 있는 황금가지를 통해 1권이 출간되었다. 특별히 언질을 받은 건 아니지만, 작품을 봤을 때 무난하게 3부까지 번역/출간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소재에 목말라 있는 할리우드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이미 유니버설 픽쳐스가 소니 픽쳐스와의 경합에서 해당 작품의 판권을 따냈다고 한다. 또한, 본인이 애정해마지않는 브래드 피트의 열연으로 히트했던 월드워 Z의 마크 포레스터 감독이 제작을 담당할 것이라고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외신에 공개된 바로는 작가가 직접 영화 각본 작업에도 참가한다니 원작을 미리 읽어두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뭐 원작 소설을 뛰어넘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으니 말이다.
여담이지만 작가 Pierce Brown 피어스 브라운은 헐리웃 배우들만큼이나 멋들어진 외모로도 주목받고 있는듯하다. 재능에 외모까지…. 샘이 나니까 사진은 생략하도록 하자 :)
뉴욕 타임스 베스트 셀러 리스트에도 오르고 다수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데 올해 국내를 강타했던 마션과 인기를 겨루보는것도 재미있을듯하다. 물론 같은 SF 장르라고 해도 하나는 하드 SF 장르이고, 다른 하나는 SF적 장치를 채용한 성장 소설에 가까우므로 직접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겠지만.
700페이지에 육박하는만큼 두께가 제법이다. 가제본이라 표지가 없다.
목차만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짐작도 안간다.
소설의 주요 무대가 되는 전장 지대.
폰트 구성은 황금가지의 그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듯 하다. 지질은 두께가 있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조금 얇은게 아닐까 한다.
1판 1쇄! 가제본인게 눈물난다!!
* 시놉시스
화성의 세계에서는 마치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연상시키듯 최상위층 골드에서부터 최하위층 레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깔이 계층을 지칭하며 나뉘어 있다. 16살의 어린 나이지만 이미 결혼해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으며, 비록 레드 계층이지만 지하세계에서 화성의 테라포밍과 생존을 위해 자원을 파내는 위대한 임무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대로우에게 충격적인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이 세계의 진실이라는 것에 다가가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의 얼개는 따지고 보면 친숙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사회 최하층민이자 진실을 알지 못하던 주인공이 진실을 접하고 스스로 여러 가지 의미를 위해 성장해나가는 내러티브 전개와 그러한 내용을 밑바탕으로 일어나는 생존 경쟁이라는 소재는 널리 알려지고 영화화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헝거 게임 같은 작품들에서 많이 접해왔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트렌드에 철저하게 부합하는 소설이라 할 수도 있겠고, 다양한 3부작 작품들처럼 이제는 장르 일부분으로 치부해도 되지 않겠나 하는 개그 같은 생각도 들 수 있겠다.
중요한 것은 역시 필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라 할 수 있겠는데 그런 면에서 레드 라이징은 눈여겨 볼 구석이 있는듯 하다.
크게 4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야기 구조 곳곳에는 3부작의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첫 작품이라는 임무를 수행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읽힌다. 하드 SF에서처럼 사실적인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톨킨이 반지의 제왕에서 그러한 것처럼 자신의 잣대를 세우기 위해서 고유한 설정을 대량으로 내포하고 있어서 이를 독자들에게 주입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데도 작가의 해설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편인데 어쩐지 얼렁뚱땅 넘어가는 설정들이 종종 눈에 띄곤 해 많은 SF 매니아들이 그러하듯 설정 자체를 즐기는 이들에게 불평 섞인 한마디를 들을 수도 있겠다. 2부, 3부가 남아있어서 이를 위한 포석이라고 예상은 되지만.
소설은 주인공인 대로우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고 있는데, 점차 성장해가며 변해가는 주인공의 내면을 묘사하기에 적당하고, 반전을 거듭하는 여러 장치적 요소들을 활용하기에 적합한 방식이라 흥미롭지만, 자칫 잘못하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폭이 좁은 글이 되기에 십상이라 그렇게 자주 볼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덕분에 레드 라이징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로우라는 인물에 포커스를 바짝 들이대고 있는데, 쓸데없는 곁가지가 없어서 집중할 수 있는 점이 나쁘지 않았다.
한 권짜리 소설치고는 등장인물이 많은 편이라 글을 띄엄띄엄 읽었다가는 이 사람이 누구였는지…. 하는 고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하긴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2부와 3부가 남아있기 때문에 1부인 레드 라이징에서는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진 채로 끝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이 생긴다. 이야기 구조는 어느 정도 일단락시키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주제인 혁명까지 가는 길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덕분에 2부, 3부가 더욱 기다려지는 것은 단점이자 장점이다.
작품 내에 사용되는 고유 명사들을 굳이 로컬라이징하지 않고 독음 그대로 쓰고 있는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이러한 로컬라이징의 유무는 역자가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 내린 판단일 테지만 이러한 부분들로 인해서 글 읽기가 피곤해진다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번역의 질에 대해서는 영문본을 읽어본 적이 없으므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몇몇 문장은 이해하기 어려웠고 오역이 아닐까 의심되는 부분이 보이는데, 글 자체가 짧은 단문을 마구잡이로 남발하고 있어서 그러한 느낌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기도 한다. 더불어 지나치게 직역한 문장이 일부 보였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직역했어야했나 하는 의아함이 남는다.
내러티브 전개 자체는 흥미롭지만, 글의 묘사가 난해한 구석이 약간 있다. 특히 소설의 중후반부 전투장면에서는 상황을 이미지로 그려내기 힘든 경우가 간혹 있었는데 앞서 내용과 함께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였다고 판단된다. 필자의 필력을 의심하는건 아니지만 첫 장편이라 그런지 아직 거친 부분이 눈에 띈다고 할 수 있겠다.
극 초반의 서정적인 느낌이 점차 서바이벌에 수렴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토리야마 아키라의 히트작 드래곤볼이 모험 활극을 모태로 하던 초반 내용이 뒤로 갈수록 에스컬레이터 방식의 전투 위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는듯하다.
처음 광고 문구만을 봤을 때는 개인적으로 아끼는 로버트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서 보여줬던 시민의식에 기반을 둔 사회 개혁과 흡사한 이야기가 아닐까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보다는 해리 포터, 헝거 게임, 메이즈 러너 같은 시리즈들과 궤를 같이하는 작품이라 여겨진다. 분량은 꽤 긴편이지만 부담 없이 읽고 넘어갈 수 있는 그런 작품이라 판단되며 2부, 3부가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필자는 하인라인이나 아서 C 클라크를 애정하지만, 스타워즈와 헝거 게임도 굉장히 즐겁게 읽는 부류이다. :)
최근에 마션을 읽고 다시 한 번 하드 SF의 장르에 빠져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권하기 어렵겠지만 헝거 게임 같은 작품에서 즐거움을 느꼈다면 함께 권하기에 무리가 없는 작품이라는 말로 서평을 맺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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