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에 위치한 Little Green Men Games(이하 LGM)은 2006년도에 설립되어 2010년 발매된 스타포인트 제미니를 시작으로 후속작인 스타포인트 제미니2로 이어지는 일련의 시리즈를 개발하고 있는 소규모 개발사이다. 스타포인트 제미니 시리즈 자체가 인디 게임에 가깝고 소규모 개발사인지라 개발 기간이 제법 길게 느껴지는데 중간중간 시리즈의 DLC를 발매해왔기 때문에 인력이 많지 않은 스튜디오임을 감안하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페이스로 신작들을 출시하고 있는 편이다.
스페이스 심 장르의 게임이 극히 부족한 상황이라 그런지 나름의 팬층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전작인 스타포인트 제미니 2 역시 메타크리틱 70점대를 기록했는데 장르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나쁘지 않은 평을 받아온 셈이다.
스타포인트 제미니 시리즈는 기존의 복잡한 스페이스 심 장르 중에서도 나름대로 접근이 쉬운편에 속하며 이를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쉬운 인터페이스와 비쥬얼 구현, 그럭저럭 편리한 조작법과 복잡한 요소들을 심플하게 다듬어놓은 특유의 구성 요소들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 이번 작품은 정식 넘버링이 붙지 않는 스핀 오프 작품이며 그러한 만큼 전작인 2편의 시스템들을 상당수 이어받고 있다.
인디 게임들을 적극적으로 배급하고 있는 아이스버그 인터랙티브에서 이번 신작도 담당하고 있다.
전작인 스타포인트 제미니 2 Starpoint Gemini 2 의 리뷰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서두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작품은 기존의 1편과 2편에서 이어지는 작품이지만 정식 넘버링을 사용하지 않는 스핀 오프격의 작품으로, 이후 개발될 3편의 토대를 마련한다기보다는 2편에 대한 팬들과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다양한 피드백들이 반영되어 제작된 작품으로 보인다. 덕분에 2편의 불합리한 부분이나 불편한 요소들이 많이 해소되었을것으로 기대되지만 전반적인 형태 자체는 2편과 유사한 면이 있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듯 하다.
스타포인트 제미니 워로드는 우주선을 운항하며 행성간 무역을 통해 이윤을 도모하고, 해적같은 적대 세력과의 전투를 벌이며 여러 퀘스트를 해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스페이스 심 장르에서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프라이버티어 Privateer 에서부터 이어져오는 요소가 꽤나 간결하게 다듬어진채 도입되어 있다. 아직까지 한창 개발중인 스타 시티즌 Star Citizen에서 디테일한 요소들을 모조리 잘라내고 게임패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심플하게 제작하면 아마도 이러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봄직하다.
플레이 모드는 2가지로 게임의 튜토리얼 역할을 하는 캠페인 모드와 몇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롤플레잉이 가능하도록 하는 시나리오 모드가 존재한다. 플레이어는 합법적인 무역상이 되거나, 불법 밀수업자로 활약할수도 있고 해적질을 하거나 오직 파괴만을 위해 우주를 휘젖고 다니는 악당 놀이도 할수 있다. 이러한 RPG 요소는 스타포인트 제미니 시리즈의 특징으로 다양한 역할 놀이가 가능하도록 환경적 지원을 해주고 있어 단순히 퀘스트를 따라 진행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컨셉을 정해 즐기는 편이 훨씬 재미있는 작품이다.
참고로 캠페인 모드를 클리어해도 게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프리 플레이 모드로 이어지기 때문에 캠페인에서 이어지는 세계관을 계속해서 즐길 수도 있다.
소규모 개발사이지만 이미 시리즈화될만큼 개발을 지속해오고 있는만큼 비쥬얼적인 요소가 크게 빠지지는 않는다. 우주 공간의 묘사나 거대한 구조물, 우주선의 구현은 나름의 컨셉으로 제법 탄탄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게임 제작에 사용된 Whale2 엔진은 LGM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기존 AAA급 게임들에 주로 사용되는 언리얼, 프로스트바이트, 크라이엔진같은 화려함이나 최신 효과같은 요소들이 부족한편이다.
물론 이러한 게임 제작 엔진들의 라이센스 비용을 고려한다면 소규모 제작사의 자체 엔진 사용은 분명 장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오랜 시간 사용해온 툴을 급격하게 새로운 메이저 툴로 바꾼다고해서 항상 결과물이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국내에 한글화되어 인기를 끌었던 셜록 홈즈 시리즈 역시 자체 엔진을 사용하다가 최신작에서 언리얼 엔진으로 교체되었지만 초기에는 인물 모델링외에는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던 것을 상기해보자.
무전이나 인물간의 대화는 대부분 텍스트로 처리되고 있으며 캠페인의 중요한 부분에서는 음성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행성이나 우주정거장에 착륙할 수 있지만 스타시티즌에서 구현했다는 절차적 생성을 심리스 로딩으로 진행해 우주 공간에서 행성 대기권을 진입하는 요소를 실시간으로 처리한다는 놀라운 요소같은건 없다. 그저 정박하기를 선택하면 곧장 카고베이에 착륙하고 관련 UI가 나타나는 형식이다. 아쉽다면 아쉬울수 있는 부분이지만 스타포인트 제미니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로 쓸데없이 장황한 부분은 가차없이 잘라내버리고 편리하고 쉽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
착륙 상태에서의 UI는 위 이미지에서처럼 별도의 3D 구현이 아닌 단순 메뉴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을 통해 우주선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물건을 사고팔고 퀘스트를 선택하고 스킬이나 특성, 로그 등등을 살펴보고 사용할 수 있다.
우주선의 업그레이드 방식도 간편하다. 단순히 원하는 모듈을 구매하고 슬롯에 장착하면 된다. 애드온 방식으로 적용되는 확장 모듈도 존재한다.
제한적이긴해도 우주선의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고 있다. 게임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부분으로 색상이나 커스텀 페인팅을 통해 자신만의 우주선을 꾸며볼 수 있다.
무역 방식도 간단한 편이다. 각각의 행성이나 스테이션에서 판매하는 물품을 구매해 다른 곳에 판매하면 된다. 간편하게 각 판매처의 시세를 볼 수 있어서 시세 차익을 노리고 구매하는 식이다. 이러한 무역품은 반드시 구매를 통해서만 구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주에 떠도는 부유물에서 회수할수도 있고, 지나가는 우주선을 파괴하고 노획할수도 있는 등 여러가지 입수 루트가 존재한다.
전작에서도 사용되었던 Skill & Perk 시스템이 계승되어 있다. 스킬은 플레이하면서 유저가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액티브 속성이고, 퍽은 여러가지 보조적인 효과를 주는 패시브 속성이라 이해하면 편하다. 레벨업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스킬과 퍽이 달라지는 RPG 요소를 가지고 있다. 스타포인트 제미니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스페이스 심 장르에 RPG와 4X 요소가 골고루 혼합되어 있다.
접근이 쉬운 스타포인트 제미니 시리즈이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만큼 게임 자체적으로 사전을 내장하고 있다. 제미니피디아라는 이름의 이 백과사전은 처음부터 모든 요소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접하게되는 요소들이 하나씩 추가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서 다양한 탐험을 종용하고 있다.
실제 우주선 운행 상태에서는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며 통상 항해와 전투시의 인터페이스가 살짝 달라진다. 게임 패드 플레이를 지원하고 있는데 아무리 간략화했다고는 해도 다양한 키가 사용되는 스페이스 심 장르를 표방하고 있어서인지 단축키 및 키 스왑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덕분에 어느정도 조작법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는데 난이도 자체가 높지는 않다. 예를 들면 LB 범퍼 키를 누르면 X,Y,A,B 키의 스킬 슬롯이 바뀌는 식으로 사용된다.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패드와 마우스+키보드를 적절하게 조합하는게 편리할때가 많았다. 우주선의 운용은 패드만으로도 편리하지만 착륙한 상태에서의 메뉴 사용은 역시나 마우스가 편리한 것.
그걸로도 모자라서 휠 메뉴를 별도로 제공한다. 타겟을 지정하고 자동 포격을 활성화시키거나 병사들을 적 함선에 투입하는 등의 여러 명령어들이 모여있어서 패드만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마우스 역시 마찬가지. 다만 아래 위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의 자유 시점을 지원하는 게임인지라 카메라 시점 조작이 어려운 편인데 (기체 조작과 카메라 조작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컨텍스트 메뉴를 함께 조작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대부분 정지 상태에서 행하는 명령어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조작감 자체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민감도를 세팅할 수 있지만 패드를 이용하던, 마우스+키보드를 이용하던 최적화된 움직임을 찾기 어려운 편이다. 기체의 움직임 피드백과 시점 카메라 조작이 약간 엇박자 느낌이 나기 때문.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을듯 하다.
워프 항법(게임에서는 TDrive 라는 명칭으로 불리움) 역시 방대한 맵을 돌아다니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존재한다. 미션을 수행할때 일반 항법으로 날아가려고하면 알아서 상기시켜주고 곧장 워프하도록 도와주는 점은 꽤나 괜찮은 요소다. 다만 시각적으로는 참 볼품이 없다.
전투는 함선끼리 무기를 주고받는 대 함선전이 기본이다. 주 무장과 부무장, 스킬과 장비품을 적절히 사용해 적을 파괴하는 형태인데 종종 파괴하지 않고 무력화 시킨뒤 병사들을 투입하는 요소도 존재한다. 물론 별도의 비쥬얼 구현은 없으며 위 스크린샷의 좌측 하단에 존재하는 둥근 메뉴를 통해 이뤄진다. 엔진실, 무기실, 사령실 등등 여러 격실을 차례대로 침입해 최종적으로 탈취에 성공하면 되는 방식.
참고로 이 작품에서의 우주선은 기본적으로 함대전 개념인지라 아케이드 액션 게임처럼 기체를 현란하게 조작해서 빠르게 치고 빠지는 형식보다는 느린 속도로 항주하는 상태 또는 거의 멈춰있는 상태에서 다양한 스킬 구현을 통해 이뤄지는 편이다. 덕분에 전략적인 선택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적절하게 컨텍스트 메뉴를 이용해야 유리하게 전투를 이끌어나갈수 있다. 슈팅 액션의 그것을 생각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 있는 부분.
오픈 월드로 구현된 방대한 우주속에는 다양한 팩션이 존재하며 목적지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수차례 전투 또는 여러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항상 탐험하는 기분으로 돌아다니게 된다.
+ 어느정도 적응이 필요하지만 게임 패드만으로도 플레이가 가능할만큼 잘 다듬어진 간편 UI
+ 프라이버티어의 추억을 다시 한번? 무역과 전투의 적절한 조화
+ 스페이스 심 장르이지만 복잡함을 한꺼풀 걷어내어 접근하기 쉬운 편이다.
+ 여러가지 역할극을 할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유로운 환경
+ 전작에 비해 발전한 비쥬얼 요소들
- 4K 해상도를 지원하지만 폰트 크기가 너무 작고 전반적인 UI 크기도 작다. 조절 가능한 옵션이 없다.
- 컨셉 플레이를 즐겨보지 못했거나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면 흥미를 가질 요소가 극히 작아진다.
- 무역의 단순함은 초반에는 편리함으로 다가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해진다.
- 약간의 버그. (오프닝 인트로에서 게임이 다운될때가 종종 있다.)
스타포인트 제미니 시리즈는 소규모 저자본 게임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있다. 작은 요소들에서 의외의 디테일이 돋보이기도 하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분들도 있다. AAA급 게임들에 비해서 생략된 요소들이 많아서 전반적으로 화려한 맛은 없지만 요즘 보기 드문 스페이스 심 장르를 손쉽게 즐겨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덕분에 작은 개발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신작을 발매할 수 있을만큼 팬들이 존재하는게 아닐까 한다.
행성간 무역을 하거나 해적질을 통해 돈을 벌고 우주선을 업그레이드해가며 방대한 우주를 탐험하는 재미가 살아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는 일반적으로 스페이스 심 장르에서 유저들이 원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흔히들 레이싱 게임 장르에서 현실에 가깝게 구현된 작품을 그란투리스모 계열이라 하고, 아케이드에 가깝게 구현된 작품을 니드포스피드 계열이라고 표현할때가 많은데 스타포인트 제미니 시리즈는 그란투리스모와 니드포스피드의 중간 즈음에 위치했던 니드포스피드 쉬프트 시리즈같은 느낌이 아닐까 한다. 적당히 시뮬레이션 요소가 있고, 적당히 아케이드 요소가 섞여있다. 복잡함은 생략하거나 심플하게 다듬었고 즐기기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시간 투자없이 대충 플레이하기에는 익혀야할 요소들이 많다. RPG 요소가 도입되어 있어서 레벨업하는 맛도 있다. 좋게 말하면 양쪽의 장점을 따온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어중간하다 하겠지만 이 작품은 컨셉이 확실하기 때문에 장점을 합쳐 놓은 편에 속한다.
스타시티즌같은 거대 자본의 그것과는 비교도 하기 힘들겠지만 (아직 발매된 안된 작품과 비교하는것도 이상하긴하지만) 지금 당장 우주를 돌아다니며 무역과 전투를 즐기고 싶다면 한번쯤 고려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은 작품이 아닐까 한다. 물론 인디 게임에 가까운 작품인만큼 그 한계점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이번 작품을 보면 스타포인트 제미니 시리즈도 슬슬 발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아직 메이저에 발을 걸치기에는 모자람이 있지만 그렇다고 개발사가 마냥 발전없는 작품만 내는 것은 아니니까. 정식 넘버링이 붙은 3편이 언제 개발되어 발매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몇년 후에도 스페이스 심 장르를 이어나가는 신작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이번 소개글을 맺음 한다.
본 리뷰에 사용된 작품은 해외 배급사인 Iceberg Interactive로부터 리뷰 목적으로 전달받았으며 본문 내용에는 일체의 간섭없이 100%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임을 밝힙니다. 따라서 개발사의 주장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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