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본인은 미완결 작품에 대해 평하는 것을 꺼리는 편이다.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하는 소설이라면 기승전결이 있기 마련인데 지금이 '기'인지 '승'인지 정하기도 애매하고 마지막 한 챕터로 명작이 되는 글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브릿 G는 연재 플랫폼이고 수많은 작가들이 '지금'이라는 순간을 소비하며 글을 조금씩 완성해나가고 있는 공간이다. 어정쩡한 고집을 부려가며 서평 적기를 꺼려 하는 미련둥이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권이 아니라 매회 하나하나를 기준 삼아 노를 저어가다 보면 목적지에 도달하는 건 같으리라.
글머리에서부터 무슨 장황한 허튼소리를 하나 하겠지만, 당분간은 계속해서 이런 어딘가 미숙한 글을 써야 할듯하니 미리 나름의 비겁한 변명거리를 남겨두는 작업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오랜만에 접속해 본 브릿 G는 이미 강줄기가 아닌 대서양이 되어 있어서 놀랐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읽어야 하나 즐거운 고민을 했지만 역시나 본인의 근본은 SF이니 장르를 고정해서 하나 골라잡아 읽어봤다. 나중 얘기지만, 이 작품이 왜 sf 카테고리인지는 아직도 궁금.. 했지만 판타지로 필터링해도 뜨는 걸 보고 이해했다. 2~3화 정도 읽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넘어가려는 심산이었는데 구원의 서는 첫 장부터 딱 걸려버렸다.
글의 스타일이 익숙한 편인데, 여기저기 과수원 주인 느낌이 나는 편이다. 물론 본인은 과수원 주인의 오래된 노예 중 한 명인지라 반갑기 그지없지만, 그리고 브릿G를 애용하는 독자들이라면 거부감이 들기보다는 반가움이 앞서리라 생각이 들지만, 과수원 주인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없는 독자는 불친절함에 몸서리 칠지도 모를 일이다. 1
아마도 내용이 좀 더 전개되면서 자연스레 유추할 수 있는 단서들이 지속적으로 제공은 되겠지만 작가가 만들어낸 생소한 명칭이나 배경에 대한 해설이 희박하거나 아예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점은, 비록 과수원의 향기가 난다는 점에서 즐겁기는 해도 굳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극을 전개하는 중요 요소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흐름에 따라 조금씩 의문이 해소되는 방식은 굉장히 재미있는 형태이지만 이를 풀어내는 기교가 진짜배기여야 빛을 보는 형태라 조금 걱정이 된다. 아직까지는 흥미진진하지만.
작가가 버릇처럼 특정 내용을 생략 또는 압축해서 서술할 때가 있는데, 덕분에 같은 문장을 두어 번 읽어야 이해가 될 때도 있다.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에 맞지 않는 단어를 사용할 때도 있다. 전조 없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급전개는 문단이 하나 둘 쯤 실수로 삭제된 것이 아닐까 싶은 부분도 있다. 생략되거나 단어 하나로 압축된 부분을 유추하며 재미를 느낄 수도 있지만, 그런 행위 자체를 번거롭게 느낄 독자들도 있다. 이런 작가의 스타일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텐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쉬이 판단되지 않는다. 물론 연재가 이어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다.
담백하지만 함의-압축-혼란한 내용을 무리 없이 담고 있는 문체가 인상적이고, 예측이 힘든 독특한 이야기 전개(아직까지는), 작가가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여러 설정이나 현상들, 깊이가 살짝 보이는 배경 설정이라던지, 여기저기 널려 있는 미스터리 요소들이 본인에게는 매력적인 글로 다가온다. 사소한 일에서 점점 스케일이 커지는 전개와 초장부터 숨겨진 요소들이 한가득한 독특한 캐릭터들도 흥미롭다. 다만 너무 혼입된 요소들이 살짝 거슬릴 때도 있다. 이것 역시 잘 풀어내면 매력으로 승화되겠지만 두고 볼일이고.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오버 더 호라이즌' 같은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 보시라는 추천의 말을 끝으로 맺음 한다.
ps : 1화~26화까지 읽고 쓴 글입니다.
- 타자, 네크로맨서의 그 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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