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리뷰할 작품을 고르기까지 꽤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 이런저런 조건에 부합하는 글을 찾는다는 게 요즘처럼 바쁜 시즌에는 그리 녹록지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그런 고생 끝에 마음에 쏙 드는 글을 발견하게 되면 또 그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이번 글을 소개할까 한다.
본 작품 “악신의 이름, 필연과 우연의 춤”은 종교학자이자 신의 기적을 사용할 수 있는 기적 술사와 전신이 기계로 이뤄진 의문의 검사가 동행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판타지 작품이다. 작품의 전반적인 뉘앙스는 DR 같은 작품들이 성행하던 그 시절의 그것
과 유사해서 오랜만에 추억의 편린을 엿봤다.
타이틀 제목이 조금 미묘하게 느껴지는데 작가님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조금 더 다듬어 보는 게 어떨까 하고 제안해 본다. 얼불노처럼 조금 더 컴팩트하면서 주제를 형상화해서 담는 간결한 문장이었으면 하는 욕심이 들기 때문이다. 뛰어난 작품에 비해 제목이 따라가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 아마 초기에 썼던 작품의 리부트 격인 작품이기 때문에 계승된 제목일 거라는 짐작은 하지만…
초장부터 뻘소리를 조금 했는데, 이 작품은 크게 따질만한 구석이 없어서 잡담에 가까운 소리부터 꺼내봤다. 뚜렷한 개성을 가진 흥미로운 등장인물들이 탄탄한 설정과 신비롭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있는 작품에 미력한 본인의 훈수는 크게 의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살짝 김이 빠지면서도 기쁘다는 혼돈이 본인을 괴롭고 즐겁게 한다.
당연하게도 이야기가 재미있는 글은 드물다. 소개 글만 봐서는 흥미롭게 여겨지는 글이 본문으로 접어들면 50매도 넘어가기 전에 지루해지는 글이 부지기수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자아낼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고 작가의 힘이다. 그 어려운 걸 이 작품은 해내고 있다. 적어도 20화에 이르는 지금까지는 해내고 있다.
깊이가 있는 글의 등장인물은 본문에서 직접적으로 서술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서사가 있고 히스토리가 있기 마련이다. 그에 따라 캐릭터가 생동감을 가지고 설득력을 가진다. 이러한 요소가 고려되지 않은 캐릭터들은 그 바닥이 금세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예키엔은 이런 점에서 그럭저럭 탄탄함이 엿보인다. 아마도 전작에서도 다뤘던 캐릭터이기에 그러한 서사가 살아있는 게 아닐까 짐작해 본다.
글의 문체는 비록 독특함은 없을지 몰라도 읽기가 편하다. 읽기가 편하다는 말은 문장의 어색함이 크지않고 오판의 여지가 드물게 쓰여졌다는 말이다. 평범하지만 술술 읽히는 문체다. 조금씩 덜 정돈된 몇몇 문장 정도만이 가끔 눈을 괴롭힐 따름이다. 이것은 좋은 작품을 대하며 그에 맞게 기준을 높인 결과로 하는 말이다.
세세하게 조립된 세계관도 눈에 띈다. 어디서 봤을법한 흔한 요소들도 보이고, 작가의 고뇌가 엿보이는 요소들도 혼입되어 있다. 그럭저럭 오리지널티가 더 높아 보이고 설정의 밀도가 촘촘해 보인다. 과연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뽑혀 나올 수 있을지 기대된다. 템포 조절도 꽤 능숙하게 느껴진다. 건너뛸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면서도 글의 흐름을 잘 이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제 막 1장이 끝나고 앞으로 흥미로운 사건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기다리는 이 시점에서 가장 큰 걱정은 작가의 전적이다. 이미 몇 편이나 연재하다가 휴재한 기록이 보인다. 물론 해당 작품들은 분량 자체가 어지간한 다른 작품들보다 많거나 비슷한 분량이기에 중도하차라고 하기 조금 애매하지만, 어쨌든 작가가 만족할 만한 완결을 내지 않고 휴재를 선택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부디 이 작품만큼은 스스로 만족스러운 형태로 완결해 주시길 기대하며 오랜만에 느껴보는 포만감을 안고 글을 맺음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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