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재구성때부터 남다른 연출력을 선보였던 최동훈 감독은 타짜에서의 맛깔나는 대사와 빠른 컷씬 편집, 기발함이 돋보이는 내러티브 전개 등이 전혀 장르가 다른듯한 전우치에까지 이어지며 단지 운 좋은 한번의 홈런이 아닌 진짜배기 실력을 가진 감독임을 스스로가 증명해 보였다.
남녀 주인공이 만나 키스 한번 하기까지 10여분에 이르는 한국 특유의 지루한 씬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눈물을 유발하는 여타 작품들과는 달리 최동훈 감독의 작품속에는 그 모든 부분들을 함축시켜 10초안에 끝장을 본다. 이러한 빠른 속도감은 엉성한 극의 구성이나 덜떨어진 연출력으로는 감히 넘볼수 없는 영역이 아닐까 하는데 덕분에 그의 작품들은 항상 높은 기대치를 나에게 부여받곤 한다.
마틴 스콜세지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같은 감독 그 자신의 페르소나라고 생각되진 않지만 최 감독이 믿고 애용(?!)하는 김윤석과 김혜수는 이번 작품에서도 이름값을 톡톡히 보여준다. 김윤석은 오랜 무명시절의 설움을 토로하듯 특유의 어투를 구사하며 진중함과 야비함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그럼에도 미워할수 없는 캐릭터를 잘 구사하고 있고 김혜수는 이제 단순히 몸매만을 강조하는 팜므파탈이 아닌 관록이 우러나오는 '여자의 매력'을 십분 뿜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여담이지만 본인의 어린 시절 김혜수는 순진무구 청순가련한 역만 주구장창 연기했었으니 얼마나 갑갑했을까 싶을 정도.
이번 작품에서 전지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녀는 최동훈 감독에게 절이라도 해야할 판이다. 그동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은듯한 연기가 사라지고 자신의 캐릭터에 딱 들어맞는 톡톡 튀면서도 여유롭고 귀여운, 그러면서도 섹시함이 물씬 풍기는 '돌아온 엽기적인 그녀'로 재탄생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최동훈 감독과 호흡을 맞춰 좋은 연기를 꾸준히 보여줬으면 하는 욕심이 생길 만큼 이번 영화에서 그녀가 보여준 매력은 대단했다. 새삼스럽지만 배우의 역량을 끌어내는건 역시 감독의 최우선 역할 아니겠는가.
이제는 정의로움과 바른생활에 그다지 가까워 보이지 않는, 그래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고 평할수 있는 이정재는 그 자신의 과거를 깨부수는듯한 연기를 보여주는데 눈에 힘주며 시종일관 진중한척 하는 과거의 연기도 어울리지만 근래처럼 좀 더 성악설에 어울리는 캐릭터 구축은 정감가는 얼굴과 남자들의 부러움을 한눈에 받을만한 몸매와 더불어 그의 연기 인생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수 있으리라.
오달수는 여전히 저질스럽지만 그만큼 웃겨주고 홍콩 영화에서 익숙한 임달화 아저씨는 특유의 형님 매력을 뿜어낸다. 김수현은 의외로 진지한 개그 담당이었는데 앞으로도 종종 스크린에서 만날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의 구성은 여전하다. 초장부터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고선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저만큼 진도가 빠져있다. 열심히 따라잡다보면 '아하' 할 정도이긴 하지만 충분히 재미를 줄 만큼의 스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캐릭터를 구축함에 있어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최동훈 감독표 영화이긴 하지만 단순히 캐릭터들의 개성들만 좌충우돌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말씀.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이지만 강약의 조절이 한결 완숙해졌기 때문인지 쉴때 쉬어주고 몰아칠때 몰아치며 마지막 한 장면에까지 긴장감의 고삐를 쉽사리 놓진 않는다.
전우치때부터 였을까. 액션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었던 최 감독의 야망은 이번 작품을 통해 어느 정도 충족되지 않았을까 한다. 트랜스포머처럼 건물을 갈아마시고 지형이 바뀔 정도의 헤비 매스 액션은 아니지만 '이제는 국산도 할만 하네' 라는 말따위를 감히 함부러 꺼내기 힘들 정도로 꽉 짜여진 알찬 액션씬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곳곳에 오마주인지 단순히 차용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헐리웃 액션 영화에서 보았던 씬들이 한컷씩 눈에 띄어서 조금 의아하긴 했다. 후반부 액션씬에서 007 카지노 로얄과 미션임파서블을 한 장면들이 눈에 띄인것. 하지만 그 분량이 대단히 작았으며 요즘 시대에 완전히 100% 새로운 액션이란게 가능하긴 한가 하는 물음으로 슬쩍 담장을 넘어가 본다.
흑백시절부터 수많은 작품에 차용되어온 '밉지 않은 악당들의 도둑질' 이야기이지만 과연 국내 감독들 중에서 이만큼 세련되고 재미있게 가공해 낼수 있는 사람이 최 감독외에 또 누가 있으랴 하고 외쳐 볼 법하다. 비록 그것이 헐리웃의 수많은 포맷들중 일부를 차용하고 있기에 오리지널티의 부족함이라는 단점이 슬쩍 엿보이긴 하지만 많은 장점들사이에 부스러져 나온 단순한 편린일 뿐이라 평해본다.
개인적으로 국산 영화에 쓸데없이 많은 욕이 들어가는걸 싫어하는데 덕분에 1점을 감점했다. 그외에 위 내용에서 언급한 몇몇 점들을 모아 뭉뚱거려 1점을 감점 했다. 솔직히 음악 선곡에 있어서도 불만점이 있었지만 1점을 감점할 정도의 넌센스는 아닌지라 넘어가기로 했다.
얼마전 연가시도 관람했지만 딱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진 않았는데 '도둑들'은 귀찮음을 무릅쓰고 한마디 배설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했으니 본 작품을 여러분들께 추천함에 있어 망설임이 없음을 강조하며 두서없는 글을 맺음 한다.
ps : 여담이지만 관람했던 센텀 CGV .. 어찌나 북적이던지..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좋은 대결이 될듯한 인상.
ps 2 : 플웨즈 영화 게시판의 글도 본인 글이니 오해 하지 마시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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