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까지 빅맥 1+1 행사..가 아니라 쿠팡에서 쿠폰을 뿌렸었지. 빅맥은 처음 먹어본다는게 개그 -_-
前兆 전조
정확하게 8월 30일이었지. 그 날부터 일주일 동안 난 자전거를 타지 않았어. 컨디션 난조도 있었고, 그래서 겔겔거리고 있으니까 부모님께서 못타게 하시더라고. 애가 불쌍해보인다는 말에 나도 꼭 더위먹은거 처럼 힘이 없기도 하고해서 쉬었는데 그만 일주일을 온전하게 다 쉬어버린거야.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알지? 매일같이 달리다가 좀 쉬어버리면 몸이 근질거리다 못해서 아예 풀려버리는 사태가 생기잖아. 그래서 결국 그저께부터 다시 달리기 시작했어. 이것도 고질병이지.
그제 하루 타고, 어제 쉬고, 오늘 다시 나갔지. 사실 오늘도 나갈 마음은 잘 안생겼는데 위 짤방의 빅맥 사러 간거지.
룰루랄라, 오늘따라 다리 컨디션이 좋았어. 지난주 내내 느껴지던 미세한 위쪽 뒷다리 통증이나 오른쪽 앞 무릎 통증따위도 없었지. 아, 이렇게 말하니깐 꼭 내가 가축돼지나 소가 된거 같아. 항정살 부위는 괜찮은데 갈매기살 부위는 컨디션이...험험.
게다가 낮에 제법 뜨겁던 날씨가 밤에는 완전 시원했어. 이대로라면 간절곶이라도 주파할거 같았지.
그래, 그것이 사건의 시발점이었지. 난 오늘 내 컨디션을 너무 맹신한거야. 그러면 안되는건데 말이지.
멍청하긴..후..
進行 진행
해월정을 가는 코스는 집을 나와서 홈플러스를 거쳐, 일부러 신세계 센텀 백화점 앞까지 가서 지하도를 건너가는 빙빙 돌아가는 코스를 이용해. 왜냐면 그냥 직선으로만 달리면 거리가 너무 짧아서 운동이 안되거든. 시간도 짧고. 그렇다고 이기대 갔다오기엔 시간이 애매하고..
그래서 요트경기장을 지나 다시 소방서 뒷길을 달리지. 밤에 가면 해운대 바닷가 풍경이 끝내줘. 저 멀리 광안대교가 그 미끈한 자태를 휘황찬란하게 뽐내는데 이게 참 볼만하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부산만의 절경인거 같아. 뭐 도시(?!)스러운 분위기랄까. 뭐 그런거 있잖아. 난 시골다운 정경은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괴이한 놈이거든.
요즘의 나는 댄싱에 대해서 연구중이야. TDF에서 선수들이 몸의 중심을 유지한채 자전거 안장만 왔다갔다 시계추 댄싱하는게 너무 너무 멋지더라고. 그래서 이런 저런 자세를 연습중인데 조금 좌절이야. 난 팔다리가 길지가 않더라고. 멋하고는 거리가 있더라. 그래도 최대한 나한테 어울리는 자세를 연구하며 달렸어.
댄싱에 심취해 있을때 난 평소 순항속도인 26~28km 정도인거 같았어. 흘낏 쳐다본 속도계가 그렇게 표시되고 있었거든. 그렇게 트럼프 월드 아파트 단지를 지나서 막 해운대 바닷가 도로를 진입하는 그 순간이었어.
은갈치를 연상시키는 은빛 초라한 미니벨로 한대가 날 제끼고 지난간 것은.
놀래버렸지. 순간적으로.
난 평소에 병림픽은 업힐에서가 아니면 자제하는 편이거든. 평지 도로에서는 누구나 자전거의 힘으로 순간적으로 빠르게 달릴수는 있으니까. 진정한 승부는 업힐에서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긴한데.. 오늘은 그런 사치스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
순식간에 나보다 십수미터를 앞서 가는 그 자전거는 폴딩형태의 실루엣을 가졌는데 어떤 아저씨가 타고 있었어. 나이가 40대는 넘어보였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딱히 힘낼 의미가 없었거든. 그런데 그 아저씨..나를 제낄때도 힘을 쓰지 않고 여유만만하게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더라.
그것 때문에 욱했어. '나의 페달링은 그따위 오만한 자세와 저열한 에너지 소모로 제껴도 되는 것이 아니다!' 라는건 물론 속으로만 한 망상이지. 그걸 대놓고 어떻게 얘길해. -_- 미친놈 취급받지. 솔직히 내 블로그니까 속마음 적는거지.
그래서 거의 수십미터 단위로 멀어지기 시작할때서야 난 크랭크를 아우터에 넣고 뒷드를 끌어올렸지. 타닥~ 쉬릭! 페달링 두어번, 타닥~ 쉬릭~! 페달링 두어번..그런식으로 나름대로 닦아온 변속 테크닉으로 제법 그럴싸한 변속을 마치고 가속을 시작했지. 마침 내가 제일 가속을 잘하는 해운대 바닷가 입구 방향이었어. 여긴 신호빨만 받으면 제법 달릴수 있거든. 물론 대부분 입구에서 신호 걸리긴 하지만 거기 도착하기 전까진 만사 오케이 라서 말야.
허벅지에 힘을 주고, 무릎을 상하지 않으려고 무릎 위쪽 근육을 쓰는 페달링을 마구마구 했어. 이미 내 자세는 극단적인 전경 자세에 드랍바를 잡고 드랍바 댄싱을 시전중이야. 속도계를 보니 서서히 속도가 오르더라. 31,33, 35...37..
어라? 그제서야 난 이상한걸 깨달았어. 거의 40km에 육박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그 은빛 미벨과의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거야. 게다가 그 순간에도 그 아저씨의 마치 철심을 박아 고정이라도 한것처럼 허리는 여전히 꼿꼿하게 날 비웃고 있었지. ( 진짜 속으로 생각만한거지만 그 아저씨 척추를 분해해보고 싶었어. 척추를 분리하고선 외치는거지. 이래도! 꼿꼿하게 세울래?!..미안..)
그때 난 깨달았어야 했어. 그런 상황은 불가능하다는걸. 그렇다면 그런 파국에 이를 필요는 없었을텐데..그렇지만 세상만사 먼저 알수 있는 일은 일기예보 정도잖아? 그나마도 잘 안맞으니깐..다시 말해서 나에겐 불가항력이라 이거지.
그래서 난 결국 나만의 비기를 시전했어. 드랍바를 잡고, 시팅상태에서 몸을 좌우로 하중이동하며 그 반동으로 페달링을 하는거야. 체력소모가 좀 있지만 그 순간만큼은 조금 더 빠른 가속이 가능하더라고. 기분 탓이라면 할수 없지만말야. 나름대로 나만의 비기라고 생각해. 댐프시롤 같은 느낌? 이라면 좀 웃기지.
게다가 오늘은 해운대 바닷가 입구쪽 신호까지 그냥 통과할거 같아. 그렇다면 가속할 거리가 충분하잖아.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앰베서더 호텔 입구까지라면 충분히 본래의 내 최고속까지 끌어올릴수 있을거 같았어.
그래..그럴거 같았지. 그런데 올해 들어 나이를 한살 더 먹고나서 달라진게 하나 있다면 작년보다 낮아진 순간 최고속이거든..좀 슬프지만 헬스를 병행하지 않는 나에게는 이게 한계더라. 어쩔수 없어. 프로나 프로급 아마추어도 아닌 나로써는 이 이상의 강도를 유지하긴 힘들거든. 프로나 그에 준하는 아마추어 여러분들..도로에서 조금만 살살 달려주세요. 저같은 사람들 의욕상실해요..라고 말하고 싶어도 하지 않는게 남자라고 누가 지껄이긴하던데..음..
그래서 결국 50km는 못찍었어. 침 흘리며 정신없이 페달링해서 정확하진 않지만 40km 후반대였던거 같긴해. 아 침은 살짝만 흘렸어. 길가의 사람들은 못봤을거야. 아니...그렇게 믿고싶다...아아.. 이 나이에 침흘리며 페달링이라니..좀 그러네. 험.
어쨌든 내가 생각해도 대견해할 고속 페달링의 힘은 곧 나타났어. 은빛 미니벨로를 엠베서더 입구가 보이기 전에 추월하게 된거야. 그때의 내 심박은 마치 첫사랑의 옷자락 아래를 처음으로 보게되었을때의 그것보다 훨씬 높았고, 아디다스 파워웹으로 강화된 허벅지는 금방이라도 TDF로 보내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지. 맹세하건데 분명 올해 내 최고의 구간 평속이었을거야. 아, 흘린 침의 양은 정말 얼마 안되거든.. 믿어줘..질질질..이런건 아니었어 ..음..그렇다구..그냥 강조하는건 아니구.. 미스 타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정도 속도도 정말 쥐어짜낸거거든. 20인치 타이어로 뭘 더 어쩌겠나..말이지.
그런데 말야..그 은빛 미벨을 추월해가며 순간적으로 그 아저씨 얼굴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봤거든..
그랬더니..
終結 종결
50km에 육박하는 속력으로 겨우 추월한 그 아저씨의 표정은 너무나 온화했어. 나처럼 침 흘리지도 않았고(아 진짜..조금밖에 안 흘렸다니깐...) 허리를 여전히 예의 그 오만하다 못해 500년짜리 노송의 그것처럼 꼿꼿하게 세우고 있더라고. 마지막으로 다리를 봤어. 대체 얼마나 빠른 페달링일까. RPM이 130 은 되는걸까.. 하는 기대감으로 말이지.
그런데...그런데 말이지..난 보고야 말았어. 아아 보지말았어야 하는건데..
그 아저씨...발이..
발이..
페달을 돌리고 있지 않아.. 아니 아예 페달을 밟고 있지도 않더라. 난 줄곳 몇십 m 뒤에 있어서 몰랐었지. 발은 허공에 떠있는데 자전거가 수십km로 달리고 있더라고. 그래..시판되는 모델은 아니었지만 아저씨가 개조했나보더라고. 모터가 달려있더라. 배터리린지 가솔린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정숙하더라.
아아..그때의 그 허탈감이라니.. 상상도 못했지. 나한테 이런 시련이 닥쳐오거라고는 말이야. 뭐랄까 굳이 최대한 근사치에 접근하는 경험이라면 ...음 그래.. 전날 밤 너무 너무 이뻐하며 사랑을 나눈 내 여자의 맨얼굴을 아침에 깨어나 인생 처음으로 접했을때의 그 심정? 그러니까 아직 일말의 환상이 남아있던 그 어린 시절말야..그때의 심정과 조금 비슷한거 같아. 난 최선을 다했는데!! 응?! 그랬는데 넌 왜!! 랄까.. 뭐 그런 마음이더라고.
그 아저씨는 유유히 직진했고 난 해월정으로 가야해서 어마무지막지한 탈력감 속에서 엠베서더 호텔쪽으로 진로변경했어. 해월정의 그 업힐같지도 않은 얕은 언덕이 오늘따라 정말 힘들더라. 앞서 평지에서 너무 무리하기도 했지만 그 허무함과 왠지 모를 무기력감 때문에 말야..게다가 지친 체력 보충한답시고 달리면서 초코렛을 까먹었는데 그게 사레걸렸지 뭐야. 안되는 놈은 공중 2회전 반 뒤틀기 마무리 낙법쳐도 코가 깨진다더니..딱 그 꼴이었지.
아아 그래.. 결국 난 오늘의 경험을 이렇게 글로 적고 있는거야.
왜냐구?
뭐, 오늘의 일을 교훈삼아 도로에서 오버하지 말자..라는 교훈으로 삼고싶기도 하고.. 다시는 모터 단 자전거와 싸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싶기도 하고.. 좀 복잡한 심정이네.
그래서 어쨌던 빅맥은 그닥 맛이 없더라. 응?
오늘 일기 끝.
ps : 겸손하자.
반응형
'Hobby Life > 자전거 * Riding Story & Gea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PARKTOOL 3가지 공구 / VP-1 / TL-1 / AWS-1 (0) | 2011.09.22 |
---|---|
늦어버린 '100번째' 자전거 이야기 - 09년식 APALANCHIA R2000 아리양 리뷰 및 사용기 (4) | 2011.09.20 |
번개표 자전거 튜브 패치 + 본드 (0) | 2011.09.17 |
Topeak 토픽 터보몰프 발받침 스페어 부품 TRF-TM01 (0) | 2011.09.16 |
Schwalbe 슈발베 SV6 와 SV6a 의 차이점 (0) | 2011.09.13 |
헬멧 착용에 대한 생각들.. (2) | 2011.08.30 |
BIKE MATE SLIM2 바이크 메이트 슬림2 스마트폰 자전거 거치대 (12) | 2011.08.25 |
[ 관심가는 바이크 ] DAHON Dash X20 다혼 대쉬 (6) | 2011.08.22 |
적산거리 5,000km 달성! 하지만.. (4) | 2011.08.21 |
이어폰 / 헤드폰 라이딩은 위험하다. (2) | 2011.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