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t 리셋
리셋 이라고 하면 당신이 지금 생각하는 그 리셋이 맞다. 다만 HW의 리셋이 아니라 몹씁 나의 이 몸뚱아리에 대한 리셋이다만..작년 여름 시즌동안 한참 열올려 달리다가 추운 겨울이 오니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흡사 겨울 곰이 동면이라도 취하듯이 나의 이 미천한 몸이 자동으로 에너지 절약 상태를 실현하는것이 아닌가. (누군가가 내 몸을 연구한다면 획기적인 하이버네이션 시스템을 개발할텐데 ..) 물론 내 주변인들은 다들 알고 있지만 나란 놈은 추위 저항력 -10 의 신체를 가지고 있는지라 한겨울 라이딩이라는건 SF 나 Fantasy 에 다름아니라 이거지. 게다가 이번엔 작년의 1~2월 시작보다 훨씬 늦어버린 3월 말에 접어들고서야 달리게 되더란 말이지. 이게 다 지하철 시간표마냥 정확하게 주말마다 내린 비 때문이라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간간히 가까운 해월정 마실이나 가다가 이제서야 이기대로 복귀한것은 게으름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할수 있겠다. 아리양은 이미 2월부터 3월에 걸쳐 틈틈히 유지보수를 마쳐놨더랬다. 그야말로 떼빼고 광내고 오일링까지 해놨는데 이번에 이기대를 갔다와서 안것이지만 리어 브레이크의 세팅이 엉망이었다는것은 아쉬운 점. 림에 패드가 닿이고 있더라...는 초보적인 실수.
그리하여 도대체 얼마만에 맞이하는 비 소식이 없는 토요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토요일 점심 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출발을 했다. 나는 왜 그때 일기예보의 해설을 보지않고 온도 숫자만 보았던것인지..참으로 후회되는 출발이었다.
주인이 파김치가 되자 덩달아 엎어져 있는 아리양. 그래..네놈도 삐걱인다고 고생했다.
으...실컷 청소해놨더니 뭐야..
11시까지 맑고 화창하던 날씨가 막상 광안리로 접어드는 순간 돌풍이 휘몰아치는 괴이망측발랄한 날씨로 변하는것이 아닌가. 게다가 황사인지 뭔지 순간적으로 눈앞이 뿌옇게 변할정도의 먼지가 떠돌아다니니 버프를 뚫고 들어온 모래가 입안에 씹히고 스템에 거치해놓은 스마트폰의 LCD 위에 노란 먼지가 약속된 스크레치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올해 첫 업힐다운 업힐하러 가는 길인데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수도 없고 몸은 이미 관성적으로 이기대로 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도착한 이기대 입구에서 헐떡이며 정말이지 이곳을 수천km 왕복한 이후, 처음으로 그만둘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몇달동안 쉬었던 몸의 근육이란 근육이 모조리 다 고통스러워하고 폐는 사실 자신은 물고기의 그것이라고 주장하듯이 육지 호흡을 제대로 못하고 헐떡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역풍에 모래 먼지까지 고스란히 뚫고 비천한 몸뚱아리를 혹사시켜온 댓가랄까.
포기하고 오르는 이기대 업힐은 장담하건데 지금까지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정도로 힘들었었다. 평속은 평소의 절반, 케이던스는 이미 정수이기를 포기하고 있고 페달링하는 다리는 쥐가 날려는지 아리아리한 통증까지 느껴진다. 뭐 결과적으론 여느때처럼 무정차로 오르긴했지만 한심함에 치를 떨며 벤치에서 한참을 헐떡였었다. 인간의 육체는 참으로 신기하구나 싶기도 하고.
파노라마로 찍어본 이기대 바닷가 절경...은 아니고 그 위. -_- 미안..밑에까지내려갈 힘이 없었다.
위 사진의 바로 옆 풍경...으아아아..
이 몸을 다시 소생시켜 작년정도의 수치를 유지할려면 또 몇개월이나 소모될런지 모르겠지만 집에 와서 기절하기 직전에 떠오른 생각은 올해엔 꼭 겨울시즌에도 달려야겠다는 것 하나였다. (예를 들면 평 롤러 라던가, 평롤러 라던가, 평롤러 라던가 말이다.)
매년 퇴보하고 다시 회복하는 과정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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