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하는 말이지만 다른 취미 다접고 자전거를 시작한지 2년을 넘어서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관련 글을 쓸때마다 스스로를 초보라고 할려니 조금 멋쩍은 감이 없잖아 있다. 도로에서 수많은 고수들을 만날때면 강제적으로 급 겸손해지는 본인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일종의 의식적인 노력이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가식처럼 보일수도 있겠다 싶다. 어쨌든 내가 쓰는 이 글들은 아직까진 독자들에게 나의 감정적 편린들을 온전히 전달하진 못하는듯 하니까 말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고 보니 문득 지금의 내 위치는 어디쯤일까 고민하게 된다.
나의 애마인 아리양은 미니 스프린터이기 때문에 로드바이크에 비해서 기록들이 느릴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도로에서 동종의 미스를 만나긴 또 어렵다. 자연스레 내 비교 대상들은 상대적으로 우월한 로드 바이크 들이 될수밖에 없고, 그런고로 아직까지 평속 20km를 100km가 채안되는 거리에서 간신히 유지하는게 최고 기록인 나로써는 일종의 열등감이 느껴질때도 있다. 그러니까 날 추월해서 지평선의 점이 되어가는 로드 라이더들을 보면서 '나도 장비만 같으면 ..' 이라는 초딩스러운 마인드를 표출할때가 있다는 말이다.
또한 연간 2~3,000km를 달린다고 지인들이나 스스로에게 자랑하지만 내심으로는 그것이 여타 동호인들의 기록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함을 잘 알고 있기에 여기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무리해서 다쳐보기도 했고 그래서 매번 무릎 핑계를 대고 한계점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을려고 하는거라 자위해보지만 그게 어디 핑계뿐이겠는가. 스스로의 안전선은 표면적인 실력으로 나타나는 것이겠지.
올해 최고의 기록인 간절곶 왕복. 부끄럽지만 어쩔수없다. 더 나은 기록이 없으니까..
난 자가정비를 할수 있다. 누군가 나에게 부탁하면 상대방에 따라서 귀찮음을 목구멍으로 삼키기도, 또는 밖으로 내뱉기도 하지만 (길가에 귀여운 여성 라이더가 펑크나 있거나 ...할때도 도와줄까 말까 고민할 정도니까) 스스로에게 필요로한 것들은 대체로 가능한 범위내에서 해낸다.
Bottom Bracket 은 공구가 없어서 분해, 정비를 해보질 못했지만 달리면서 가장 많이 신경쓰곤 했었던 앞뒤의 Derailleur 와 관련 Components 만큼은 이제 굳이 샵에 가지 않아도 될만큼은 한다.
케이블링은 해보지 않았지만 이미 설치되어 있는 케이블은 세팅 할 수 있다. 대충이고 그때마다 조금씩 틀려서 불만족스러울때가 많지만 어쨌든 아리양에 필요한 장력 정도는 숙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Brake 는 Mini-V 가 장착되어 있어서 로드의 그것은 다룰줄 모르지만 V 브레이크만큼은 역시나 그럭저럭 다루고 있다. Arm까지 교체해본적도 있으니까..
Rear Wheel 부분은 Hub 같은 간단한 것은 손을 본다. Spoke 장력 조절은 무리. 다만 지금은 공구를 용민이 녀석에게 반납했기 때문에 하질 않지만. 오프로드는 달리지 않기 때문에 자주 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Tire 와 Tube의 경우도 처음엔 그리 어렵더니 이젠 야외에서도 곧잘 해낸다. 펑크 패치와 타이어 레버는 항시 가지고 다니고 펑크도 매년 연례행사처럼 수차례 내고있지만 이젠 적절하게 잘 대처를 한다.
Stem 교체같이 소소한것이야 언급할것도 없지만 Bar Tape 교체는 조금 애매하다. 어려운 작업은 아니지만 조금만 어설퍼도 다음번 주행에서 풀려버리기 일쑤다.
STI 레버 정비는 딱히 필요가 없고 어려울테니 오일링만 한다. 그럼에도 변속 트러블따윈 없었다. 100% 체인과 드레일러 세팅의 문제였으니까.
그외에도 아마도 적절한 공구만 있다면 (지금도 있지만 부족한 몇개의 그것들을) 완전한 자전거 분해 조립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세팅에 엄청난 시간을 잡아먹겠지만 해낼수 있다는 자신감이 존재한다. (뭘 믿고 이러는건지 물어봐도 해줄말은 없지만.)
정비의 기초를 배우게 해줬던 책이다. 사실 그리 상세하진 않았고 MTB 위주이긴 했지만..
2년동안 몇몇 관련 서적도 보고( 2011/07/24 - The Science of Road Bikes 로드 바이크의 과학 ) 인터넷도 찾아보고, 대책없이 그냥 저질러보기도 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긴 했지만 어쨌든 요즘은 야외에서 급한 일이 아니면 자전거 샵을 찾지 않는다. 굳이 찾는다면 스스로의 세팅이 도저히 마음에 안들거나 공구도 없고 어려울거라 생각되는 BB 관련 작업같은 유니크한 작업때만 찾는다. 나같은 손님은 이래서 단골이 못되나 보다.
냉철하게 스스로를 거울속의 타인으로 치환해서 그 타인을 몇 문장으로 줄여 표현 해보면 아래와 같지 않을까?
10km도 제대로 못달리는 초보자에 비해선 그럭저럭 달리지만 잘달린다는 평을 듣는 동호인들에 비해서는 터무니 없이 느리다. 소소한 세팅이나 분해/조립/정비가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프로처럼 하진 못한다. 실수도 많고 마음에 들지않을때도 많다. 많이 어설프고 엉성하고 체력이 부족하지만 상대적인 비교다.
그렇다면 정확하게 말해서 초보자는 아닌거 같다. 그렇다고 고수라는 소리를 듣기엔 아직까지 남아있는 일말의 양심에 기대어 입에 담지도 못하겠다. 그럼 중급자? 아니다. 그런 생색을 내기엔 km 단위 크기의 갭이 존재한다. 흔히들 말하는 Dossa의 중급반에 들어가면 1시간도 못버티고 낙오할테니까 말이다.
초보도 아니고 중급자도 아니지만 스스로에게 필요한 만큼은 할줄 알면서 가끔 술자리에서 잰채 할정도의 지식과 실력은 갖추고 있다라... 나에게 조금 더 언어에 대한 재능이 있었다면 근사한 용어를 만들어 내고싶지만 세상만사 다 그렇듯이 필요하다고 불쑥불쑥 그리 쉬이 떠올라 주진 않는다. 이럴땐 안좋은 머리를 고문하는건 조금 미뤄두고 역시 기존의 단어를 차용해야 한다. 조금 다르지만 그럭저럭 오해없이 통할만한 단어가 하나 존재 한다. 그건 의외로 빨리 떠올랐다.
Mania.
그래 딱 그정도면 될것 같다. 어쨌든 매니아 라고하면 꼭 잘해야할 필요는 없으니까. 좋아하기만해도 매니아의 필요조건은 충족하지 않겠는가. 이리 자꾸만 삶을 합리화하다보면 자괴감이 가끔 들수도 있지만 그래도 융통성이 필요할때도 있다는걸 알만큼의 나이는 먹었다.
자전거의 여신께선 크랭크를 머리에, STI 레버를 날개로 달고서 우매한 라이더들에게 생명수를 포디엄 물병에서 짜주시니..
앞으론 때와 장소를 가려서 라는 단서가 쥐꼬리에 달린 리본처럼 따라붙겠지만 초보 라이더 라는 말과 자전거 매니아라는 말을 혼용해서 사용해야겠다. 아아, 그래. 이쪽 계통에선 흔히들 자덕이라고도 한다만. 아무것에나 '덕'을 가져다 붙여 이리저리 비하하는 그 해괴망측한 작태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으니 차라리 외래어에 혼을 판 놈이란 말을 듣더라도 매니아란 말을 써야겠다.
내 나이쯤 되면 가끔 체면을 차리고 싶어질때도 있다. 여자들이 가끔 이유없이 삐지는것과 일맥상통한다면 설명이 될런지 모르겠다만.
아니, Mania 라는 이 한 단어를 적을려고 도대체 몇 byte의 단어를, 몇개의 문단을 낭비한것인지 원. 스스로도 가끔은 신종 변태가 아닐까 싶어지는 날이라는 말로 맺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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