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발매된 1편으로부터 무려 8년, 그것도 꽉 찬 8년 만에 겨우 속편이 발매되었다. 강산이 바뀌어도 2번은 바뀔만한 시간이지만 개발사인 2x2 games는 아직까지도 1편의 그 열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전작의 DLC인 Red Turn과 Black Turn을 발매하고 휴식기를 가지지만 2편에 대한 계획이 있다는 얘기를 개발진으로부터 전해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후 소식이 뜸한지라 잊고 지냈었다. 그러던 차에 메일함에 반가운 소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편의 개발이 시작되었다는 내용이었고 그때가 대략 2015년 즈음이 아니었나 싶다. 워낙 소규모의 인디 개발사임을 알고 있기에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었는데 그 기다림이 4년이나 이어질 줄은 몰랐었다.
그리고 2019년 11월,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2편이 스팀을 통해 발매되었다. 여담이지만 1편 제작 당시 개발사의 총인원은 4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이라고 크게 증원되었을 것 같진 않으니 일견 납득이 되는 기간이기도 하다.
SPEC 사양에 대해서
게임의 권장 사양이 좀 애매한 편이다. 6세대 i5급 cpu(스카이레이크)와 GTX970 정도의 그래픽카드면 풀옵션으로 구동이 가능하다. 최근 사양에 비하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인게임 비주얼이나 거의 없는 애니메이션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낮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최신작임에도 정규 4K 해상도를 지원하지 않는다. 애당초 FHD 60 프레임을 목표로 한듯하다. 물론 4K 해상도로 실행해도 게임은 문제없이 실행되지만 2560x1440의 QHD 해상도를 늘려서 보여주는 것이라 조금 아쉽다. 또한 초반 튜토리얼에서 4K 진행 시 화면 티어링이나 프레임 저하가 나타나곤 하는데 정작 본 게임에서는 나타나지 않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덕분에 삽질 좀 했다.
Turn 턴제 전략 게임의 재미를 주는 작품
최근에 턴제를 고집하는 게임이 얼마나 남았는지 잘 모르겠다. 기껏해야 4X 장르의 대표작이자 거의 유일한 성공작인 문명 시리즈나 Endless 시리즈 정도가 떠오를 뿐이다. 보다 더 역동적인 RTS 장르마저도 시류에 떠밀려 사라져 가고 있는 마당에 그보다 더 정적인 턴제 전략 게임이 대다수의 게이머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무섭도록 빠르게 유닛을 클릭하거나 맵을 이리저리 마우스로 훑어대지 않아도 한 수 한 수 고민하며 턴을 진행하는 마치 체스나 바둑과 같은 치밀한 전략성이 돋보이는 턴제 게임은 여전히 매니악한 팬층이 남아있으며 그러한 팬들에게 새로운 작품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 마냥 즐거운 이벤트가 된다.
Unity of Command 2 (이하 UOC2로 표기)는 소규모 인디 개발사의 작품인 만큼 문명 시리즈 같은 화려한 애니메이션이나 음성 지원 같은 요소들이 거의 배제되어 있지만 오직 게임성만으로 재미를 느끼게 할 만큼 잘 짜인 작품이다. 1편에서 이미 정립된 시스템을 계승하고 있으며 더 발전된 시스템과 그래픽으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중후반기인 1943년부터 1945년도 사이를 다루는 시나리오가 기본적으로 제공되며 각각의 미션들은 별도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게임의 흐름은 크게 3가지로 나눠지며 회의실에서 플레이어가 보유하고 있는 자금으로 다음 게임에 사용될 보너스 카드와 미션을 선택하는 콘퍼런스룸, 이후 미션으로 진입해 보급로와 HQ를 재배치하거나 유닛들을 강화하는 준비 페이즈, 마지막으로 실제 플레이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이러한 사전 준비 과정에 사용되는 포인트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획득하게 되며 중요한 순간의 히든카드로 사용될 수 있는 만큼 꽤나 고심하게 되는 부분이다.
난이도는 easy, normal, classic, hard의 4가지 형태로 제공되며 easy는 이러한 전략 게임을 처음 접하는 유저들을 위해 각종 보너스가 제공되고 normal은 이번 2편의 가장 기본 난이도이며 classic은 전작인 1편과 비슷한 난이도(1편이 꽤 어려웠다.)이며 가장 어려운 hard 난이도가 추가로 제공된다.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카드 슬롯이 줄어들며 ai 난이도가 올라가는 듯하다. 초심자들은 마음 편하게 normal 이하로 플레이하도록 하자.
전작에 비해서 비주얼 부분이 보다 더 디테일해지고 유려해진 면이 있지만 여전히 애니메이션이나 이펙트는 단순하기 그지없다. 또한 메뉴 아이콘 같은 부분들은 상당수 전작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1편을 즐긴 유저들이라면 익숙할 테지만 반대로 처음 접하는 유저들이라면 익숙해져야 할 부분이다. 몇몇 직관적인 형태를 제외하면 여전히 툴팁을 보지 않고 무엇을 뜻하는지 유추하기 애매한 아이콘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상세한 툴팁이 상당수 제공되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일부 지원되지 않는 메뉴도 있다. 예를 들면 전투 중 가장 빈번하게 보게 되는 유닛 카드 현황은 전작을 플레이한 적이 없다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튜토리얼이 굉장히 빈약해서 정말 기초적인 요소 몇 가지만 알려주며 현대적인 전략 게임들이 취하고 있는 캠페인 초반 진행을 통해 훈련시켜주는 요소도 없는지라 꽤나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전작도 이런 부분은 마찬가지였으나 플레이 방법 자체가 전략 게임치고는 간단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일부 요소들만 매뉴얼을 통해 파악한다면 의외로 쉽게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턴제 전략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 치고 이 정도 플레이 방식을 어렵다고 여길 유저들은 그다지 없으리라 판단된다.
1편은 토르소 형태의 상반신만 형상화한 아이콘으로 구성된 화면이 나름 아기자기했음에도 너무 생략된 요소가 많아서 전장을 보는 게 아니라 상황판을 보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모든 유닛들이 전체 형상을 온전히 묘사하고 있고 전장 역시 지형 묘사가 등장해 좀 더 몰입도를 높였다.
3D로 새롭게 구성된 화면은 이제 유저 마음대로 회전 및 확대/축소가 가능하다. 전작은 이러한 부분이 빈약해서 종종 답답할 때가 있었다. 다만 실제 플레이 때는 크게 의미가 없다. 어느 위치에서 보더라도 플레이에 지장이 없기 때문.
전작에서도 당시 굉장히 희귀한 개념이었던 보급로가 이번 속편에서도 어김없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타 전략 게임들은 그저 유닛만 보내서 싸우면 되지만 UOC2는 그 유닛이 본래의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 보급로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보급로를 빼앗길 수도 있고 내가 뺏을 수도 있기에 이를 소홀히 했다가는 유닛은 멀쩡한데 더 이상 전투를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속편답게 전작의 보급로 시스템을 정비해서 좀 더 유저의 손길이 더 필요하도록 변모했다.
HQ 작전본부 개념이 새롭게 도입되었다. 소속 유닛들에게 특수 어빌리티를 제공하고 소실된 유닛을 보충시켜주는데 고정된 건물이 아니고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플레이하면서 적 HQ를 점령하는 등 여러모로 포인트를 얻어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게임 플레이의 베이스는 1편과 유사하다. 보급로를 확보하면서 최대한 적 유닛을 포위/섬멸하기 위해 다양한 택틱을 구사하게 되는 형태인데 유닛마다 설정된 공격력, 방어력, 이동능력, 특수기 외에도 지형에 따른 상황, HQ를 이용한 특수기, 카드 및 전략자산의 동원 등등 여러 상황들을 고려해 진행된다. 단순히 가위바위보 형태로 상성만 맞춰 이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조합을 통해 약화시키거나 함정에 빠트려 역습하는 등 여러 전략이 요구된다.
유닛의 디테일을 살려 시각화되는 등 여러모로 업그레이드되었지만 여전히 애니메이션은 빠져 있다. 간단한 타격 효과 정도만 제공하는데 덕분에 포병인지 보병인지 애매해서 매번 유닛 상세 설명을 읽어야 할 때가 많다. 익숙해지면 상관없겠지만 처음 시작하는 유저들에게 혼란을 주는 요소다.
세이브는 유저가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단지 해당 캠페인을 즐기다가 메인으로 빠져나가면 다시 이어가기만 가능하다. 전통적인 세이브&로드 노가다를 통한 소위 작업이 불가능하다. 매번 플레이 때마다 다른 상황이 연출되는 다이내믹 캠페인이라는 요소와 맞물려서 같은 시나리오를 반복 플레이하더라도 항상 다른 감각을 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테고 완벽을 기하는 이들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겠다.
위에서 이런저런 설명을 했지만 게임 자체가 외적인 부분보다 플레이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큰 작품이기 때문에 사실상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냥 1편에 비해 좀 더 이뻐지고 편해졌다 정도로 받아들여도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UOC2는 1편에서 정립했던 그들만의 복잡하지 않은 플레이 방법으로 여러 가지 전략을 구사하도록 만든 시스템을 그대로 계승한 채로 좀 더 나은 플레이 환경을 조성했다. 우직하게 병력을 일점 집중해 적 병력을 양단시킨다던지 보급로부터 차단해 약화시켜 하나씩 야금야금 처리한다거나 우회로를 통해 적의 뒤를 잡는 등등 생각하기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턴 하나를 진행하기 위해 다각도로 고심하는 맛이 여전히 괜찮은 작품이다.
요즘은 보기 드문 턴제 전략 게임 장르인 데다가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매니악한 팬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키워드에 매력을 느낀다면 그저 한번 시도해보시길 바란다.
어차피 본인도 리뷰라고 부를 만큼 오래 플레이한 것도 아니니 간단한 소개글은 이쯤 하도록 하고 오랜만에 매뉴얼 작업을 조금 해볼까 한다. 매뉴얼 전체를 번역하기에는 시간상 어려울듯하고 초반 진행하는데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요소들만 추려서 따로 포스팅할 계획이니 아직 시작하지 않은 유저분들이라면 조금 기다려주시길 바란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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