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의 이기대
오늘 낮에 안경점을 몇군데 돌아볼까해서 집을 나섰다. 2곳 정도 보고나서 이기대로 향했는데 걸어다닐때는 쾌적했던 날씨가 자전거로 달리니 쌀쌀해지는 기현상을 겪었다. 온도를 봐도 한낮의 온도가 19도. 그리 따뜻한 온도는 아닌것이 자전거를 탈때나 일반적인 외출때에도 옷차림이 고민되는 날씨같다랄까나.
어쨌든 그렇게 이기대를 올랐는데 마침 손곰이 오겠다길래 그러라고 기다리겠다고 했더니 이기대를 한바퀴 더 올라 보라는 것이 아닌가. 곰이 말했다고 듣는것은 아니지만 그런 말을 듣고보니 기다리기도 지루하고 몸은 식어가고 해서 오늘은 아직 다리도 괜찮다는 판단하에 일단 내려갔다.
심호흡하고 다시 한번 힐클라임을 시작하는데 왠걸 ... 첫번째보다 힘이 덜 들더라. 꼭대기 주차장까지 가는 길에 2대의 아줌마 티탄 MTB 도 제껴주시고 올랐더니 배만 안고팠으면 3바퀴, 5바퀴도 어찌어찌하면 될수 있지않을까 하는 건방진 생각이 들더라.
여차여차해서 손곰도 오고, 왠일로 그놈의 CR-1을 차에서 꺼내더니 혼자 조립하고 있는게 아닌가. 아, 평소대로 또 바람빼놨더라고.맨날 실을때 빼고, 내리면 넣고...이건 뭐 완전 로봇이 따로 없네. 어찌보면 좀 변태같기도 하고. 바람넣고빼는것에서 희열을 느껴?
어쨌든 그렇게 주섬주섬 챙겨서 이기대를 다시 오르나 했더니 밥먹으러 가자고. -_- 뭐 어떠랴. 나도 그때는 좀 힘이 들더라.
규동이 좀 땡기기도 하고..아니 배가 무쟈게 고파져서 잘하면 손곰 뱃살이라도 뜯어먹을거같아서 가까운 메트로 시티로 향했다. 아니 갈려고 노력했었지...아암..그렇고 말고..
클릭하면 크게 볼수 있다. 정확하게 1.08km 달렸다 -_- 야!! 빨간색 라인이 끝나는 지점이 펑크난 곳.
1.5km 즈음 달리고 뒤를 돌아보니 곰이 안보여. 응? 똥싸러 갔나? 이 놈 시도때도 없이 똥싸러 가니까...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이상하잖아. 달리다가 사라지다니..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_- 내 뒤에서 펑크나서 퍼졌다네..... 야!!! 1km 타고 펑크라니!!!! 아아아악!!
곰이 재주 피우며 펑크 때우는 장면.
이 놈이 몸무게가 일정 수치만 넘어갔다하면 펑크를 자주내는데 그럼 선수들은 죄다 그 무게 이하인지도 좀 궁금해지는 가운데..험.
그래도 이놈이 준비성이 철저....하기는 개뿔. 기껏 자전거에 예비 튜브 적재해놓고 공기를 주입할 펌프는 차에 놔뒀다네??? 아예 자전거에 거치할 곳도 없어!! 얌마!! 그럴꺼면 튜브 뭐하러 가지고 다녀 ㅠㅠ 이 변태같은 놈이.. CO2 라도 사던지..
그래도 난 항시 달고 다니니까..자비로운 마음으로 튜브 교환을 도와줬다.
그런데말이지..
이 손곰이 또 사고를 치더라고. 아놔..다시 생각해도 혈압이..
튜브를 타이어 밑에 밀어넣고 대충 마무리하고 공기를 주입하는데 갑자기 광속 펌프질을 하네? 야야야 비드에 튜브 씹히는지 확인해야할거 아냐...라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기도 전에 불과 몇초만에 ...
" 펑!! "
아이 씨발. 놀래라. 절로 욕이 나올 정도의 굉음과 함께 기껏 교체해넣은 튜브가 또 터졌습니다. 네..화끈하게 가셨어요. 이건 뭐 바보는 약도 없다지만 힘이 넘쳐 남아도는건 어찌해야할지 원.
곰이 재주 피우며 떼우다가 튜브를 터트린 장면. 참 보기 드물다.
내 그동안 동호회에서 펑크 떼우는거 제법 봤고, 길가에서도 몇번인가 도와줘봤지만 휴대용 펌프질로 튜브를 터트리는 놈은 처음 봤다. 후.. 그러게 좀 살살할것이지. 왜 흥분해서는...
나한테 욕을 한바가지로 얻어먹고는 이 놈이 고민하는거야. 자전거를 들고 갈까? 뒷바퀴인데? 어케? 앞바퀴로 끌수 있으면 그거야 말로 곰재주인데? 좋다 그럼 선심쓸테니 내 아리양을 타고 이기대 주차장가서 차를 가져와라 했더니 이놈이 업힐을 질색하면서 그것도 못하겠다네. 그러면서 나보고 열쇠줄테니 가서 차 가져오라는데 그놈 차가 스틱이거든. 마침 주차가 타이트하게 경사면에 참 멋지게 되어 있더란 말이지. 나도 스틱 차를 그럭저럭 몰긴하지만 그건 옛날 얘기고 몇년이나 안몰던 스틱차를 그것도 경사진곳에 웃기게 다른 차량 사이에 주차해놓은걸 무사히 가져나올까 싶더라고. 해보면 잘하겠지만 그래도 만약이란게 있잖냐. 튜브 떼울려다가 다른 자동차 긁으면 어떻하냐 -_- 이건 뭐 죽으라는것도 아니고.
결국 타협안으로 나온것이 처음 펑크난 튜브에 큰 구멍이 안보이니까 그걸 다시 끼우고 가다가 바람이 새면 다시 넣으면서 가자는 덤앤더머 작전으로 결정.
작업을 했는데..이게 아무리 찾아도 구멍이 없어. 펑크난 흔적이 없네? 바람 다 빠졌다며? 내 생각엔 튜브면의 펑크가 아니라 가끔 생기는 주입구의 나사산이 잘못 조여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더라고.
그리하여 온갖 구박과 욕을 한몸에 받으며 차세대 힘센 바보 곰 자리를 예약해놓은 손곰과 함께 이기대 주차장으로 갔다. 신기하게 이게 또 바람이 안새네 그려. 거참.. 아, 초입 깔딱고개에서 10초 동안 파닥거리고 퍼지는 곰 재주는 조금 웃기긴 했다.
결국 해지기전에 집에 가겠다는 내 계획은 무산되고 둘이서 밥먹고 노가리 좀 까다 집에 오니 어느새 9시. 헐.. 이게 아닌데. 샤워할려고 옷을 벗으니 *-_-* 땀범벅이네. 유난히 땀을 많이 흘렸더라고. 아 지친다.
사실 이 글도 피곤해서 포스팅 안할려 했는데 생각하니까 괘씸한 손곰을 씹을려고 썼어. 곰은 씹어야 제맛이라나? 뭐 그렇다더라고.
어쨌든 오늘은 이기대를 하루에 여러번 올라보기도 하고 이래저래 재미는 좀 있었네. 라이딩을 제대로 못한게 아쉽긴 하다만...뭐 언젠간 곰재주를 라이딩쪽으로 발휘할때도 있겠지.
웅녀가 다시 세상에 돌아올때쯤? 뭐 그때쯤일거야 아마.
흥.
ps : 외부 지탄에 의해 수정한 첫번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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